장수, 축복 아닌 고통
장수, 축복 아닌 고통
  • 승인 2016.06.1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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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대표
과학의 발달과 높아진 삶의 질이 평균수명을 길게 만들고 있다. 이미 광고계에서는 100세 시대를 선언했다. 오래도록 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것은 분명 축복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는 장수는 곧 고통이다. 예전과 달리 60세가 넘어선 그들은 허리 꼬부라진 노인네가 아니다. 그러나 건강은 자부하지만 그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젊은 시절 넉넉히 벌어두지 않았다면 늘어난 수명은 곧 경제적 쪼들림이다. 누구에게 기댈 곳도 없어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만 그들 앞에 놓인 일자리는 일이 아닌 봉사수준의 대가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65세가 넘어선 노인들의 여덟아홉은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경제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뭘 할까, 누군가와 사귀는 등의 여가를 고민하기 보다는 먹고사는 일이 당면한 문제이다. 여기에 점차로 약해지는 신체적 기능에 고장이라도 나면 그 우울함은 배가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OECD국가 안에서 노인의 빈곤율과 자살률이 최고인 나라가 된지 오래다.

오늘날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울만큼 놀라운 발전을 이루어 냈지만 격정의 시대를 이끌어내고 견디어 온 그들에게 남은 것이 없다. 발전된 산업인프라만큼 사람들의 관심사는 물질적인 것들에 집중되고 있고 돈이 되는 새로운 기술에만 집중된다. 그 틈바구니에서 노인들은 늘어난 수명만큼 굶주리지 않을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경로당에서 한가로이 놀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

수년 전만해도 자녀들이 노후대책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가족의 울타리마저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시시각각 급격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술과 사회적 트렌드는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아이들은 각자의 생활테두리 속에 그들의 삶도 벅차하고 자신들의 자녀 부양조차 힘겨워하니 그들을 바라볼 수도 없다.

이처럼 누구에게도 기대일 곳이 없고 마음 또한 나눌 곳이 없으니 길어진 수명은 축복이 아닌 저주로 스스로가 삶을 끊어버리는 극단의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다. 65세 이상 노인의 10명중 한명은 심각하게 자살을 고민하다 실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연명할 양식도 살 수 없는 무늬만 복지 혜택이 아니다. 그들의 건강이 허락하는 선에서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일터가 필요하다. 스스로의 삶의 바퀴를 굴릴 수 있도록 활동하며 경제력을 가질 수 있는 생태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 노인일자리라고 한 달 일해야 20만원 남짓의 월급을 만들어 내는 것 말고 경제의 크고 작은 수레바퀴 안에서 그들의 활동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그들도 사회의 일환으로 에너지를 태워낼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작금의 그들의 모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많은 일들을 겪어내었고 발전을 거듭하여 무수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어떠한 자리에 있던 그들의 그러한 경험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결합하여 시너지를 만들어 낼 것이다. 무조건 나이 들었으니 아무런 효용이 없을 것이다. 노인네가 하면 뭘 하느냐 하며 내칠 것이 아니라 일의 수준에 따라 그들의 능력이 활용될 수 있도록 노인들에 대한 선입견부터 없애야 한다. 아무리 복지혜택을 늘린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복지에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 그들의 능력껏 일을 할 수 있고 경험을 기반으로 하여 기업의 발전을 위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환경이 구축된다면 그 어떤 복지혜택 보다 만족하는 행복감을 만나게 할 수 있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눈에 보이는 모습이 아닌, 선입견이 아닌, 해당 직무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 그들에게 적절한 복지가 펼쳐진다면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고 삶에 대한 만족감도 충만해져 늘어난 수명이 축복이 되는 100세 시대를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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