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체육문화공원이 아닌 가창체육공원
가창체육문화공원이 아닌 가창체육공원
  • 승인 2016.06.2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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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 작가회의 공동의장·시인
가창체육공원이 달성군 가창면 대일리에 조성 되었다. 불모지 같은 산변두리 황폐한 자갈밭을 공원화한 것도 아니다. 대일리 농민들이 벼를 심어 수확하는 옥토를 갈아뭉개어 수십 억 들여 만든 공원이다. 이름도 가창체육문화공원이 아니고 그냥 가창체육공원이다. 무식하게 운동만 하라는 것이다. 글로벌시대에 전세계가 문화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때에 문화라는 말은 빠지고 체육공원인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의 공무원 지혜도 짜내지 않고 편하게 붙인 이름인 것 같다.

이것만 볼 때도 가창체육공원이 탁상행정에만 의탁하여 조성된 것임을 알 수 있는데,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있듯이 가창체육공원이라면, 벼농사 지으며 살아가는 대일리 농민들의 비옥한 옥토를 갈아엎어 가창체육공원이라 했다면 가창면민을 위한 스포츠공원이 되어야 마땅한데 잔디로 깔아놓은 그 넓은 축구장은 밤마다 가창면민들이 아닌 대구시내 각처 동아리에서 축구시합 하러 온 단체 사람들로 북적댈 뿐이다. 임대료를 지불하고 밤 늦게까지 야간 불을 훤히 켜 놓고 말이다. 그래야 튀는 공이 보일게 아닌가.

그뿐만이 아니다. 확성기까지 틀어놓고 박수 치고 함성 지르고 하여 청룡산도 가만 있질 못하고 연거푸 메아리로 되돌려 보내며 온 마을이 난장판이 된 듯 그 소음이 동민들의 귀를 따갑게 해 확성기는 틀지 않기로 조치했는 것으로 안다.

어쨌든 가창면민들이 농사 지으며 팔 다리가 쑤시고 허리도 아프고 하여 시간 나면 허리도 펴고 팔다리 운동이라도 해 몸을 풀어라고 조성한 이름의 가창체육공원 같은데 어찌된 심판인지 외지인들이 독차지 하는 체육공원이 된 것이다. 거기다가 TV에서는 전국 각 가정마다 전기를 아껴 쓰라고 난리이고 어느 날이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한 날이라며 보도까지 하며 국민을 우롱하는데 낮이면 또 몰라도 밤만 되면 어디서 몰려왔는지 낯선 사람들이 줄줄이 차량을 끌고 와 수십 개의 대낮같은 전깃불 아래 공을 차고 함성을 지른다.

문화란 비어있는 머리를 채우라고 생겨난 말인 것으로 안다. 정치하는 사람들도 운동하는 사람들도 농사 짓는 사람들도 육체적이거나 기계적이거나 전문화 된 그것에만 매달리지 말고 올곧은 사회질서와 인간다운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데 필수요건으로 문화체험이라는 것도 생겨났는데 말이다. 문화의식이 없다면 몰지각해지기 일쑤이니 공부를 해야 한다, 글을 읽어야 한다, 책을 가까이 해야 한다고 예부터 수없이 들어왔듯이, 영화도 보고 음악회도 가고 여행도 하고 가까이로는 공원에 세워놓은 시비에서 시구절도 음미해 보고 조각작품 감상도 해 보고 해야 하는데 가창체육공원은 가창체육공원이기에 시합하는 축구장과 운동하는 기구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불행 중 다행히 가창체육문화공원이 아닌 가창체육공원이기에 눈으로 보고 읽고 감상할 문화체험의 형상은 찾아볼 수 없다.

감투봉에 저녁 노을이 얹히는 선선한 저녁 바람의 한때 가창체육공원이 어떻게 생겼나 하고 찾아와 산책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요즈음 그 흔한 스마트폰으로 기념사진 촬영할 곳 한 군데도 없으니 얼마나 한심한가 말이다. 그래서 가창체육문화공원이 아닌 가창체육공원이라는 이름이 아주 걸맞는 것 같기도 하다만, 가창면 대일리에 태어나서 60생을 대일리에서 고향을 지키면서 시를 쓰며 살아가고 있는 나로서는 입맛이 많이 쓰다.

이래도 정치하는 사람들은 선거할 때가 되면 자신이 문화의 달인인 양 입에 발린 소리로 ‘21세기 글로벌시대에 발 맞추어 문화창달에 앞장 서겠습니다’ 라고 무책임하게 개나발을 불어재낀다. 그럼 물어보자. 안철수처럼 황당한 어투로 문화창달에 앞장 서겠다고만 하지 말고 문화창달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게 아닌가. 구체적인 대안 없이 말하니 내가 개나발을 불어재낀다 했는데 이해가 될런지 몰라. 좋은 시의 표현에도 황당무개한 추상적 표현은 금물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래서 시는 구체적일 때 진실과 만난다는 명언도 생겨난 것을 아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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