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문화축제와 성담론
퀴어문화축제와 성담론
  • 승인 2016.06.2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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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경북대학교 교수
대구시가 한 특정단체의 ‘대구퀴어문화축제’저지 협조요청을 거절했다. 왜냐하면 이 퀴어축제가 집회신청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었고, 이 축제를 저지할 다른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라 한다. 이 뉴스를 접하며, 정작 걱정보다는 오히려 퀴어축제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도시 대구가 이제 좀 바뀌려나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퀴어문화축제의 개최는 다양성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수준과 성소수자들에 대한 우리 지역의 포용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가치가 함께 어우러져 너와 내가 모두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간다. 내가 가진 가치만이 옳고 중요하다고 고집한다면, 그리고 한 시대를 지배하는 거대담론, 예를 들면 산업화, 민주화, 경제 활성화 그런 것들만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면, 각 개인의 행복은 당분간 연기되고 시민들과의 진정한 소통과 연대는 지연된다. 그동안 우리는 사회의 주도적, 때로는 강압적이기까지 했던 지배적 가치와 흐름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국민을 위한 것이라 하면서 그 속에는 정작 국민이 없었고, 시민을 위한 것이라 하면서도 시민을 희생시켰으며, 개인의 행복을 위한다 하면서 개개인들은 소외되고 좌절되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욕구 세 가지를 들라하면 식욕과, 배설욕, 성욕이라고 한다. 우리는 식욕과 배설욕을 채우는 방법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학습과 훈련을 거치며 사회화과정을 겪는다. 배가 고프다고 어디서나 아무거나 보이는 대로 먹지 않는다. 식사에는 식사 방법과 예절이 있어 식사문화를 배운다. 마찬가지로 배설도 그러하다. 필요할 때 아무데서나 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아주 어릴 적부터 엄격하게 배변훈련을 한다. 그러나 성욕은 어떠한가? 성욕에 대해서 우리가 어릴 때부터 배워 본 적이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사회가 모른 척 했고 나아가서는 금기시하였으므로 이중윤리와 성 모순을 만들었다. 사회는 성에 대한 내용을 가르치기엔 용량이 부족하였고,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으며, 더 나아가서 이런 것을 가르쳐야하는지 조차도 몰랐다. 성은 어른이 되면 자연히 알게 되는 것, 각자가 알아서 하는 것쯤으로 생각해 왔음으로 성에 대한 무지와 왜곡과 편견이 우리사회에 만연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성범죄가 세계 2위를 차지하는 국가가 되고 말았다.

성에 대해 전혀 학습하지 않았던 우리사회에서 성은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가 몹시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운 주제이다. 성교육이 전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사회에서 성은 극히 사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고, 그런 주제로 공적 영역에서 공론화되었던 적도 드물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각 개인에게 성적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해야하고, 또한 성적 욕구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며, 두 사람간의 애정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1차원적인 성교육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회에서 동성애라는 고난도의 성담론을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세계는 이미 동성애를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성혼까지도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나아가서 부모로서의 자격을 부여하여 입양까지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가 동성애를 정신과 진단에서 삭제하였고, 2016년 3월에는 동성애가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과학적 근거도 제시하였다

퀴어문화는 아주 복합적이고 수준 높은 성담론을 요구한다. 그 속에는 가치관의 다양성과 서로 다른 성적 취향의 인정, 다양한 개인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포용적 이해와 관용이 포함되어 있다. 아직 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조차 자유스럽지 못한 우리사회가 이런 퀴어문화축제를 수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사회가 한 단계 훌쩍 성숙하기를 바란다. 개인적인 가치판단을 너머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를 수용하는 것, 그것이 성숙한 사회를 향한 출발이고, 글로벌 다문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기반이 된다. 이번 퀴어축제는 서로 다른 가치관이 함께 어우러지는 무지개 빛 한마당 시민축제가 될 것을 기대한다. 또한 창조도시 대구를 위한 무한한 새로운 에너지도 이 축제를 통해 솟아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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