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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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0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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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모 변호사
주휴수당이란 것이 있다.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주 1회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위 규정에 따라 유급휴가 시 받는 수당이 주휴수당이다. 시급 7천원을 받고, 1일 8시간, 주 40시간 5일을 근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임금은 40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한 28만원이 아니라 유급휴가일 8시간을 포함한 48시간이 기준이 된 33만6천원이 된다.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위하여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통상 시급단위로 정해진다. 2016년 올해의 최저임금 시급은 6천30원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반적인 임금체계는 시급제가 아니라 월 단위로 급여가 지급되는 월급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급받는 급여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월급과 시급의 환산작업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는 매년 최저임금제를 안내하는 자료를 배포한다. 그 안내 자료에 따르면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인 근로자가 받아야 할 월 최저임금은 1백26만270원이다. 이는 월 근로시간(173시간)에 주휴수당일수(36시간)를 더한 209시간을 기준으로 산출한 금액이다. 즉, 고용노동부는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인 근로자의 경우 실제 근무일수에 주휴일수를 포함한 209시간을 기준으로 월급과 시급을 환산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고용노동부의 자료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법원 2006다64245판결에서는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하는 규정인 최저임금법 시행령의 해석이 문제되었다.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월급과 시급의 환산기준이 되는 월 근무시간은 실제근무시간만을 포함시켜야 하고, 주휴시간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즉, 대법원은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인 근로자의 경우 주휴일수를 제외한 173시간을 기준으로 월급과 시급을 환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주 40시간 근무하는 근로자가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의 자료는 시급과 월급의 환산기준이 되는 근무일수를 주휴시간을 포함한 209일로 보는 결과 1백26만270원(6천30원 × 209일)을 월 최저임금으로 보는 반면, 대법원은 급여환산의 기준이 되는 근무일수를 주휴시간이 빠진 173일로 보고, 고용노동부의 자료가 보는 최저임금보다 적은 금액인 1백4만3천190원(6천30원 × 173일)을 월 최저임금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라 월 최저임금이 1백26만270원이라고 믿은 근로자가 법원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월 최저임금은 1백4만3천190원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다.

최저임금법위반 사건은 일반적으로 1 ~ 2만원을 두고, 당사자 사이에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이 발생하게 되는데, 주휴시간의 포함여부를 둘러싼 고용노동부와 사법부의 위와 같은 다른 기준의 적용은 사건에 관여하는 당사자들에게 매우 큰 당혹감을 주게 된다.

이러한 불일치는 기본적으로 통상임금에 대하여 비교대상임금이라는 개념을 설정한 대법원의 논리에 기인하는 문제이지만, 여기서 고용노동부와 대법원이 취한 법률해석의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법령 적용해석의 최고기관인 대법원의 입장과 불일치된 해석이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그대로 통용되고 있고 이것이 실제 권리구제 과정에서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홍보는 고용노동부의 입장으로, 권리구제는 대법원의 입장으로 하는 형국이어서, 법원에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최저임금에 관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고의로 이런 상황을 유발하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국민을 조삼모사의 원숭이로 만드는 현재의 상황은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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