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는 가까이 있다
파랑새는 가까이 있다
  • 승인 2016.07.10 16: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선 한국은행대
구경북본부 기획조
사부장
최근 인터넷에서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보았다. 프랑스에서 항우울증제 복용량으로 지역별 불행지수를 산출해 보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우리 예상과는 사뭇 다르다. 칠보와 도자기로 유명하고 푸른 강과 언덕들이 조화를 이루어 절경을 자랑하는 리무쟁, 이곳이 프랑스에서 가장 불행한 마을로 조사되었다. 또한 세계적 휴양지 니스가 있는 꼬트 다쥐르 역시 평균보다 훨씬 불행한 지역이었다. 소득수준이 높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대도시인 파리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행복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 즉 항우울증제 복용량이 적은 지역의 공통점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15세 이하의 인구가 많다는 것이었다. 어린이가 가장 강력한 항우울증제라는 것이 이 연구의 결론이었다.

행복감이란 것이 주관적인 감정이어서 사람마다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어린아이의 존재가 행복감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라는 위의 연구결과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이는 반려동물 시장이 급팽창하는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반려동물이 주는 효용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엄마 아빠가 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가장 큰 효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반려동물의 엄마 아빠가 되면 금전적 비용은 차치하고서라도 귀찮은 일이 적지 않을 텐데도 그들은 반려동물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적으로 낮은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대구지역은 가장 심각하다. 대구지역의 조출산율, 즉 인구 천명당 신생아수는 7.8명(2014년 기준)으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5위이다. 부산과 강원지역을 제외하면 꼴찌인 셈이다. 문제는 과거 10년 정도 기간 동안 내내 꼴찌 근방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많은 분들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출산율 저하를 우려하고 있는데 한가한 문제인식이다.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인 행복 추구를 위해 출산율 제고가 절실하다. 다시 말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하는 상황이다.

출산율을 높이는 해답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먼저 청년들이 우리지역에서 직장을 가지고 터를 잡고 살게 해야 한다. 다음으로 청년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출산율 제고와 관련한 수많은 정책을 수립·시행하였다. 각종 청년층 일자리 대책, 주거지원 정책, 출산장려 정책 등등. 출산율이 계속 하락하는 것을 보면 지금까지의 정책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필자도 출산율 제고를 위한 뾰족한 묘수는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첫 출발점이 일자리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해답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청년 일자리 문제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지역 청년들도 마음가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동화극 “파랑새”에서 주인공 오누이가 파랑새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자신들이 기르던 비둘기가 파랗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처럼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음을 청년들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통계자료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한국고용정보원 자료로 노동수급 미스매치를 분석하였더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구경북지역이 전국의 7개 광역경제권 중에서 가장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능직종에서는 구직자들의 기피현상으로 구인난이 크게 심화되고 반대로 관리·전문·사무직종에서는 대졸이상 인력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구직난이 심화되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의하면 대구지역의 산업기술인력 부족률은 4.0%(2014년 기준)로 제주를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지역 청년들이 높은 보수와 좋은 조건을 찾아 지역을 떠나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 다만, 가까이에 있는 파랑새를 두고 먼 곳으로 파랑새를 찾아 떠났던 오누이처럼 지역 내에 자신의 능력, 자격, 적성에 맞는 직업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찾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떠날려고만 하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