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의 선물
보람의 선물
  • 승인 2016.07.2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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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선
대구대진초등학교 교장
퇴직일 33일을 남겨두었다. 41년간 교단에 머물면서 5년 연속 시도교육청 평가를 1위하는 청내 학교에 근무한 일부터 감사하다. 이번에도 1위를 했다. 특히, 학교교육 내실화, 학교폭력, 학생위험 제로 환경조성에서 1위한 것이 자랑스럽다. 우리 선생님들이 자기 자리에서 사명감으로 학생들을 보듬어 온 그 밑바탕에는 고수의 열정과 의지와 이끌어주심이 거름이 됐다.

어디에 살든, 슬프고 부끄러운 일이 안 일어나는 곳이 어디 있으랴만, 한 사람의 부끄러운 행동이 같은 직업 집단의 이미지로 치부(置簿)될 때는 사건 속 주인공과 한 몸인 양 마음이 아프고 세상 일반인들 보기에 민망하여 어깨를 움츠리게 된다. 일전에 교장 통합전달회의에서 고수의 피 토하는 당부 말씀을 고개 숙여 들으며 생각해봤다. 일개 학교를 책임지고 있는 교장도 나날이 힘이 들고 주저앉고 싶을 때가 많은데, 대구교육을 통째 책임지고 계신 고수는 얼마나 힘이 드실까?

그래도 우리는 청렴한 고수를 모시고 있어 행복하다. 청렴청정 지역으로 닦아놓은 대구교육의 이 맑은 기운이 흐려지지 않고 계속되기 위해서는 고수가 흔들림 없이 그 자리를 지켜주기를 염원한다. 부모님 상을 당해도 각 계 각 층의 조의금을 안 받으시던 분! 그토록 고수가 청렴 의지를 보여주고 이끌어주었기에 올해 교육수요자 만족도 제고에서 1위를 한 것이 아닐까? ‘이제야 학부모님들도 알아주시나?’ 싶어 그동안 움츠렸던 어깨에 건방진 힘이 좀 들어간다. 대구 교육이 지향하는 꿈, 희망, 행복교육! 그 행복교육은 청렴한 교육자가 청렴한 교육을 해야 저절로 된다고 생각해본다. 그런 점에서 고수를 비롯한 우리 대구 선생님들이 자랑스럽다. 이런 교직자들과 함께 대구교육에 몸 담았음을 평생 동안 보람으로 간직하고 행복해지고 싶다.

오늘 날이 새면, 마지막 재직학교에서 여름방학을 맞는 마지막 제자들을 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당부해야 할 바킷 라스트가 아직 남아 있다. 안전에 대한 당부 한 건- 학교 앞 신호등 건널 때 주의사항이다. 방학 동안 학교 방과후수업 때문에 오가는 학생들에게 신호등의 파란불이 켜진 뒤 15초가 지나면서부터 불이 깜빡거릴 때(그때, 우리 학교 앞 신호등에는 36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그때부터 횡단보도에 들어서면 보행자의 법규 위반이 되는 것은 물론,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주고 다짐을 받아야겠다. 테크노폴리스로 가는 차들의 왕래가 많아지면서부터 학교 앞 횡단보도가 늘 위험하니까. 이런 환경에, 한 학기 간 학부모님 160명이 돌아가며 교통지도를 잘해주셔서 우리 아이들이 안전할 수 있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2학기에도 계속 협조해주시기를 바라 <섬김밥상 행복교육> 수필집을 선물로 드렸다.

4,5,6학년 전교생에게는 <마음이 자라는 교실 편지>를 퇴임선물로 나누었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독후감으로 준 편지를 보니 두 달 월급을 투자한 책값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값의 몇 배되는 행복감을 돌려받았으니. 선물은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나에게 해주었다. “책 읽기, 글쓰기에 관심 없었는데 생일 때 책을 선물해주어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독서 행사를 많이 하여 독서에 관심이 많아졌다.” 등의 진심에 보람을 선물 받는다. ‘책읽기 습관 형성은 제대로 되었구나.’ 싶어 혼자 좋아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는 사람치고 훌륭한 사람 안 된 사람 없고, 훌륭한 사람치고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안 읽은 사람 없다.’ 이 말을 교장한테 누누이 들어서 아이들이 구호처럼 외우고 있었다.

그들이 성실을 다해 써준 독후감 편지를 보고, 혼자 서운해 했던 옹졸한 마음, 들킬세라 혼자 풀었다. 아이들의 독서습관 형성도 반갑지만 문장력, 표현력(비유법)에 깜짝 깜짝 놀라며 읽었다. 혼자 읽기 아까워 책에 대한 이야기들만 추려서 출판사에 보냈다.

출판사 반응이 감동적이었다. 감동했다며 이번에 출판한 1000부가 거의 다 팔려서 곧 2쇄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때는 아이들 책 읽은 소감을 책표지에 한 줄씩 넣자고 했다. 그동안 혼자 오해하며 아이들의 글쓰기 실력까지 과소평가하고 있었으니, 평생 큰 죄를 지을 뻔 했다. 이번 기회 아니었으면 아이들에게 서운한 기억을 안고 살 뻔 했다. 그에 앞서, 내 교육력의 한계를 느끼며 부끄러운 마음으로 교직을 떠날 뻔 했다. 그것이 아니라고, 이만큼 자랐다고, 이만큼 고마워한다며 마음 담아 써준 편지를 받아 그동안 재미있는 학교놀이였다며 보람의 선물을 가슴에 안고 떠날 수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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