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
나눔,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
  • 승인 2016.08.0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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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리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무덥다. 중복을 지난 한여름의 뙤약볕은 세상 모든 걸 녹여버릴 듯 뜨겁기만 하다. 도시는 거리 곳곳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와 도로의 자동차에서 내뿜는 열기로 인해 거대한 열섬으로 변해버렸다. 내가 시원하기 위해서 다른 누군가에게 더위를 전가한다는 사실을 잊고 냉방이 되는 공간을 찾고 걷기보다 자동차를 이용하려는 나 자신을 돌아보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얼마 전 과도한 업무량에 쫓겨 안전장치도 없이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다 추락사한 외주업체 직원처럼 우리 주변에는 혹서기에도 쉼 없이 일해야 하는 택배기사, 건설노동자, 노점상인 등 수많은 이웃들이 있다. 추운 겨울에는 누구나 한 번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마음을 가지지만 불볕더위에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도움은 아직 부족한 듯하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는 다양한 사회문제로 뜨거웠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속속 밝혀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다.

금년 봄처럼 황사와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면 창문을 한 번 더 단속하고 학교 가는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씌워주는 게 부모마음이다. 가족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사용해온 가습기 살균제가 자녀의 폐를 서서히 망가뜨려 죽음에 이르렀으니 얼마나 억울하고 가슴 아픈 일인가.

최근에는 공기청정기에 사용되는 필터에도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사건은 국민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대다수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안타까워했다.

한편에선 여성이 경험하는 위험과 고통에 관한 사건들이 발생했다. 강남역 여성 묻지마 살인사건과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사건은 가해남성들의 삐뚤어진 성의식과 사건을 접한 일반남성들의 공감능력 부족으로 인해 이른바 ‘여성혐오’라는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졌다.

그리고 이런 강력사건 사이에 ‘저소득가정 여성 청소년의 깔창 생리대’ 보도가 가까스로 주목을 받았다. 가난한 형편의 일부 여학생들이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신발깔창이나 휴지로 생리대를 대신하고 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건강한 여성의 자연스런 필요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아울러 여성들이 겪는 일상적인 어려움에 대한 사회 일반의 공감능력이 크게 부족함을 보여준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신문과 방송에서 안타까운 사연이 소개될 때마다 우리는 분노하고 슬퍼하고 대책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곧이어 등장하는 새로운 이슈들에 관심이 쏠리면 금새 잊혀지는 게 현실이다. 사회가 성숙되면서 공감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지만 정말 중요한 건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실천일 것이다.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저소득가정 여성 청소년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생리대 구입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자, 건강 생리대 ‘매직박스’ 보내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처음에는 시민들의 관심이 식어버린 이슈가 아닐까 고민도 했지만 감사하게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도내 기업들과 여성 직장인과 공무원, 도민들의 관심과 참여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19일에는 첫 매직박스가 소녀들의 품으로 전해졌다. 관계자 100여명의 땀과 손길로 만들어진 매직박스 2,300박스가 도내 260개 지역아동센터에 지원된 것이다.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속적인 모금활동을 통해 더 많은 소녀들에게 매직박스가 전달될 수 있도록 지원의 폭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처럼 구김없이 자라나야 할 우리 청소년들이 음지에서 더 이상 큰 아픔을 겪지 않도록 아직 후원에 참여하지 않은 도민과 기업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추가 참여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아울러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평소 자녀들과 나눔의 경험과 추억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부모들을 위해 정기기부 프로그램 ‘착한가정 캠페인’을 올해 5월부터 펼치고 있다.

이 캠페인은 가족 구성원들이 매월 일정액 이상을 기부하는 방식인데 2인 이상 가족당 20,000원 이상을 기부하면 착한가족이 될 수 있다. 부모가 자녀의 나눔 실천의 모델이 되어주고, 아이의 공감능력을 키워주는 점에서 아이를 위한 부모님의 살아있는 나눔교육이 될 것이다.

본 캠페인 참여 가족에게는 가훈과 가족사진, 이름이 기재된 예쁜 사진액자를 만들어 증정하고 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는 구절로 시작된다. 그 뜻을 짐작해 보건데 아마 행복한 가정의 비슷한 모습 속에는 나눔이라는 고귀한 가르침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치유하기 위한 적극적인 실천인 나눔은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따뜻한 온정을 받는 아이는 훗날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고 베푸는 착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착한 어른이 많아지면 세상은 더욱 따뜻하고 행복이 넘치는 모습으로 변화해갈 것이다. 우리 이웃들의 고통과 슬픔을 외면치 않고 작은 위로와 도움의 손길들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것 축복이요 다행스러운 일이다. 주변을 먼저 되돌아보고 꾸준히 나누려는 그 마음은 공감능력과 나눔실천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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