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표절 사이
예술과 표절 사이
  • 승인 2016.08.0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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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중
경일대학교 디자인학부
패션디자인전공 교수
디자이너와 예술가는 작품 창조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1년 365일 24시간을 고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자이너와 예술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에 대한 독창성과 정체성을 정립하는 것이다. 이러한 독창성과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해서 디자이너는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한다. 필자도 매년 패션디자인 작품 개인전을 열고 있기에, 작품 창출을 위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은 때로는 상당히 고통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즐거운 일이기도하다. 디자이너라면 당연히 겪어내야 할 필수적인 과정인 것이다.

디자이너가 독창성과 정체성의 확립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독서이다. 독서야 말로 전문적인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디자인 영감을 얻기 위해서 디자인이나 예술 관련 서적만을 찾아보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인문학이나 철학 서적에서도 얼마든지 디자인 영감을 얻을 수 있으며 인문학이나 철학은 디자인 개발을 위한 개념정립에 도움을 준다. 독서 중에 중요한 이미지나 정보들은 디지털 기기 등을 이용하여 촬영하거나 스캔하며 기록한다. 이러한 독서가 반복되다 보면 어마어마한 디자인 자료가 쌓이게 되고 그것을 통해 본인만의 디자인을 전개할 수 있게 된다.

디자이너가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 해야 할 두 번째 방법은 아마도 여행일 것이다. 여행을 통해 본인이 주로 활동했던 지역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나 영감이 떠오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다른 도시나 다른 나라의 정치, 사회, 문화적 차이를 배울 수 있으며 그러한 차이와 다름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여행 중 수많은 사진 촬영 및 메모와 정리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위한 세 번째 방법은 다른 디자이너와 예술가의 작품을 직접 보며 느끼는 것이다. 바로 박물관이나 갤러리 관람이다. 주변의 문화시설이나 전시회 스케줄을 살펴보면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고 이러한 작품들을 직접 보고 느낌으로서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것이다. 특정한 작품 자체에서도 영감을 얻을 수 있지만 전시회의 구성이나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전시회나 박물관을 찾아가는 그 자체만으로 디자이너는 설레게 된다.

대학에서 디자인 전공 학생들을 교육할 때도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본인만의 독창성과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학생들에게 디자인 과제를 시켜 보면 거의 모든 학생들이 인터넷에서 찾은 이미지를 가지고 마치 자신의 고유한 이미지인 것인 양 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러한 디자인 행위는 저작권 위반이라고 볼 수 있다. 인터넷 리서치를 통한 아이디어 발상이나 영감을 얻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리서치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본인이 직접 찍은 사진이나 직접 그린 스케치 등을 활용하여 디자인을 전개할 때 비로소 독창성과 정체성에 대한 부분을 한 단계 확립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Creative Korea’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한 적이 있다. 정부는 새 국가 브랜드로 그동안 사용했던 ‘다이내믹 코리아’를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프랑스 무역투자진흥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프랑스’ 캠페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는 ‘creative’ 라는 단어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이미 많은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어 표절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정부의 해명 속에 지금까지 언급한 독창성과 정체성에 대한 문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부의 해명대로라면 이미 여러 나라의 캠페인에 사용되고 있는 단어인 ‘크리에이티브’를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가브랜드의 독창성과 정체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일까? ‘Creative Korea’는 단순히 표절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 독창성과 정체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 세상의 어떤 슬로건이나 캠페인도 ‘I love’ 라는 문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I love New York’ 이라는 위대한 슬로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I love’ 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순간 그 슬로건의 독창성과 정체성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독창성과 정체성을 갖춘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의 탄생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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