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에 수달이 살 수 있을까
신천에 수달이 살 수 있을까
  • 승인 2016.08.0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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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학
동인동물병원 원장
나는 환경운동단체에 소속되어서 20년간 활동을 해왔다. 그리고 내가 대구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250만 인구가 살고 있는 대구를 관통하는 작은 신천에 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신천은 약 29km밖에 안 되는 작은 도심하천이다. 이곳에 수달이 살고 있다는 것은 대구의 자랑이고 자부심을 가질 일이다. 수달은 환경 지표종으로, 2급수 이상 수질에서 생존하므로 그만큼 수달이 살고 있다는 것은 그 강이 살아 있다는 지표가 된다.

대구시장님은 환경의 날이나 각종 행사에 대구의 자랑으로 수달이야기를 언급 하신다. 2006년에는 신천에 수달이 살고 있다는 이유로 UN환경상 은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이곳에 길이 350m, 폭 20m 약 7천㎡ 의 18홀 크기의 파크 골프장을 만든다고 야단이다. 수달이 조용하게 가족을 꾸미고 번식을 해서 잘 살고 있는 신천에 파크 골프장을 만들겠다고 수성구청에서 지금 계획을 세워서 예산 확보된 상황이다. 참으로 어이없고 한심한 발상이다. 신천은 대구 시민들 모두가 공유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일부 특정 동호회나 단체에 특혜를 주어서는 안 된다.

제가 속한 대구경북야생동물연합에서 2006, 2010, 2015년에 신천 수달 서식 실태를 파악한 결과, 특히 신천의 장암교 일대가 수달의 주 서식지로 이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가창댐과 신천의 수달 및 야생동물의 이동통로의 역할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장암교 일대는 앞산과 연결되어 수달의 은신이 용이하며, 모래턱이 잘 형성되어 있어 야생동물의 서식지와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고 몸에 묻은 진드기와 같은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서 뒹굴고 놀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제가 무인카메라를 설치하여 관찰한 결과 이곳은 수달뿐만이 아니라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종들인, 삵, 족제비, 흰목물때새가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고라니, 맷돼지, 너구리, 가창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왜가리, 백로, 해오라기 등 도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런데 이곳에 파크골프장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과연 이렇게 다양한 동물이 살고 있는 신천에 파크골프장을 만들어 야생동물이 모두 떠나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막아 일부 특정 골프동호회 회원들만을 위해 특혜를 주는 것이 맞는지 다시 한 번 대구 시민들에게 물어본다.

파크골프장이 생기면 일반시민들도 그곳을 지나치는 데 불편하고, 골프장 이용객이 늘어남으로써 야생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주변에 소음이 증가하고,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농약,제초제, 비료 등을 뿌림으로 인해서 주변의 수질이 오염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야생동물의 주서식지 기능을 상실할 것이 뻔히 보이는 현실이 되고 말 것이다. 야생동물은 자신의 보금자리가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어 무리에 위협을 느끼게 되면 멀리 도망을 가버린다. 한 가지 예로, 예전에 대구는 두루미가 일본으로 가는 중간 기착지로 많이 활용하는 곳이었다. 겨울이면 낙동강인 달성습지 주변에 두루미가 내려앉아 먹이를 먹고 잘 쉬다가 다시 일본으로 날아가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곳이 비닐하우스, 고압전선, 낙동강 사업으로 모래턱이 상실되어 두루미 도래지는 파괴되고 말았다. 더 이상 두루미는 오지 않는다.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뒤늦게 이제 두루미가 돌아 오길 기다리며 대구가 겨울이면 볍씨를 뿌리고 두루미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수성구는 하루빨리 파크골프장 조성을 철회하고 수달 서식지 생태 공원 조성을 계획하여 수달과 야생동물이 잘 사는 신천과 장암교 일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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