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이방인 -갑과 을의 이야기-
한국 속 이방인 -갑과 을의 이야기-
  • 승인 2016.08.1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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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희
인문학 강사
“선생님, 현장에서는 <~해요>, <~하세요>를 쓰지 않아요. 한국 사람들은 그냥 우리보고 <야, 빨리 빨리 해~>하고 반말을 마구 쓰고 무시해요…”

필자가 한글자원봉사를 하는 이주민센터에서 만난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민 노동자 무라리씨가 제게 하는 말이다. 한국인으로써 그에게 미안했다.

어제 인터넷 기사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고용주나 회사의 한국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도 오히려 폭행죄로 고소되어 강제 추방을 당하거나 혹은 급여를 받지 못하고 쫓겨나고 있다는 내용이 실렸다.

우리 대한민국이 고속성장을 이룬 것이 불과 반세기도 되지 않는데, 독일이나 중동, 베트남 등에 나가서 고생했던 과거를 벌써 잊다니….

분단과 더불어 섬 아닌 섬나라로 대륙사이에 고립되어있는 대한민국이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아가 해외시장을 개척해나가는 길에서 어쩌면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문화, 외국인 바이어, 이주민노동자 등 이방인들의 문화와 부딪치게 됐다.

가끔 뉴스에서 대자보로 나오는 대기업이나 권력층의 ‘갑’질 행패를 보면서 네티즌들은 분노하기도 한다.

그런데 위의 사례를 든 무라리씨를 무시했던 사람들은 우리가 평소 ‘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평범한 한국인 노동자들이 아닌가.

꼭 돈 있고, 권력이 있어야 ‘갑’질 하는 건 아니다. 과연 <이방인>에게 ‘갑’질 하는 평범한 ‘을’들이 대기업 오너들이나 특권계층의 ‘갑’질에 대해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진지하게 숙고를 해야 한다고 본다.

갑과 을의 이야기는 비단 이주민 노동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같은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는 사람들도 또 다른 <이방인>이라고 할 수 있다.

북에서 태어나서 삼십대 초반 남한에 정착해서 9년 째 살아가는 필자에게도 다양한 경험들이 있다.

현재 필자에게는 <새터민>, <탈북민>, <탈북민 1호 인문학 강사> 등 많은 수식어들이 따라다닌다.

평소 강연을 다니다보면 나 역시 가끔은 차별을 느낀다.

강의를 요청한 기관에 미리 강사 프로필을 제출하기 때문에 강의 장소에 도착할 때 행사 담당하시는 분들은 대개 내가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보통은 담당자가 단체장이나 직속상사에게 인사를 하게하고 강의 장소로 이동하는 등 외부강사를 아주 깍듯이 대우해주지만 아주 드물게 어떤 분들은 물 한 잔 주지 않고 강의 마치면 바로 그 자리에서 빠이빠이 한다.

만일 내가 아주 유명한 사람이나 간부였다면 태도가 동일했을까.

물론 과다한 업무로 바쁘다는 사실을 나도 잘 안다. 그렇다면 최소한 바쁜 업무 때문에 양해를 구한다는 말 한마디라도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종교단체도 예외는 아니었다. 필자는 천주교신자다. 아직까지 우리본당에는 내가 유일한 탈북민이다.

세례를 받고 성당에 다니던 초기에 어느 날 한 신자분이 문득 성당에서 탈북자라고 결혼선물 두둑이 받았냐고 물어왔다. (솔직히 대부분의 신자들이 내가 북에서 왔다는 사실도 몰랐었다.)

물론 그 분은 어떤 저의 없이 그냥 궁금해서 물어왔을 거다. 나를 슬프게 한 것은 상대방의 감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행동인 것이다.

우리가 거지냐, 돈 내면서 종교생활 하면서 이런 시선을 받으며 다녀야 하느냐, 다 그만두자고 하는 남편을 겨우 달랬던 일도 이젠 추억이 돼버렸다.

자기와 조금만 출신이 달라도 색안경부터 끼고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을 우리는 버려야 할 때다.

상대방의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보고 서로 화합을 이뤄야 할 때다.

이방인, 이들은 더 이상 우리의 약자가 아니라 함께 상생해가야 하는 동료들이다. 이방인들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을 때에야 비로써 훨씬 더 성숙한 사회가 될 것이며, 나아가 더 큰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 바람 속에 서로가 존중하고 존중받는 아름다운 세상, 더 큰 대한민국의 미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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