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희망이다
시민이 희망이다
  • 승인 2016.08.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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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경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세상이 어수선하다. 언제 그렇지 않을 때가 있었냐만은 “부산행”이란 좀비영화를 보고 나니 더욱 마음이 어수선하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차라리 좀비세상이 낫겠다는 절망감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하니... 어쩌나 좀비세상이 인간세상보다 더 낫겠다니....이 정도가 되면 우리 인간들은 이제 재정비를 하여야 할 때가 온 것임에 틀립없다. 그러면 어떻게 재정비를 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교육이다. 자신의 이익만 챙기게 만드는 지금의 경쟁교육은 역시 그런 이기적인 시민들을 양성할 뿐이다. 이를 위해 독일의 “민주시민교육”(politische Bildung)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나치시절의 전체주의적 사고를 청산하고 새시대 새로운 민주시민을 양성하기 위하여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환경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리고 급변하는 세계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공동체를 위하는 것인지. 자신의 행복과 공익을 위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민주시민이 되는 길인지를 학습하여 왔다.

한국에는 그동안 깨어있는 시민을 만드는 데 장애요인이 있었다. 소위 우리사회의 ‘이념’논쟁이었다. 사실 이념은 원래 인간사회가 복잡해지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를 ‘생각하는 방법’,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뜻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개인을 먼저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공동체를 먼저 생각할 것인가의 문제로 단순화시킬 수 있다. 한 사회가 처해 있는 당대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데 개인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사회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좋은가, 또는 어떻게 두 개를 병행해야 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사회처럼 이념이 인간을 지배하는 사회는 그 제동장치로 인해 더 이상 앞으로 진전할 수 없게 된다. 이념이 인간의 사고를 조정하는 장치가 된다면, 그 이념은 인간행동을 통제하는 억압장치가 된다. 소위 사회가 금기시하는 ‘생각’이 있고, 그런 생각을 ‘종북’이나 ‘좌빨’로 매도해 버린다면,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다. 또한 어느 특정한 학교를 입학해야하고, 어느 특정한 대기업에 취업을 해야 소위 성공한 사람으로 정해져 있는 사회에서는 개개인이 자신의 삶에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

그동안 우리는 사회가 쳐 놓은 그물 속에서 자율적 판단없이 살아왔으며, 국가의 이름으로 추진하는 일은 비판없이 그대로 수용해 왔다. 그것이 나라를 위하는 일이고 “착한 국민”으로서의 임무쯤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가? 국가정책에 반대하면 그것은 ‘반란’이고, ‘99%의 민중’들은 ‘개 돼지’에 불과하며, 먹을 것만 던져주면 조용해지는 동물적 존재라고 함부로 무시당하기에 이르렀다. 교육부도 교육정책사업 만들어 각 대학에 던져주고 경쟁을 붙이면 서로 먹으려 덤벼드니, ‘최고 지성인들의 전당’ 마저도 다스리기가 참으로 용이해졌다. 이화여대 미래라이프대학 사태에서 불거졌던 문제들도 결국은 교육부의 미끼를 급하게 잡느라 학교당국이 제대로 의사결정과정을 거치지 않았던 것이 그 원인이다. 또한 사드배치문제에 있어서도 주민들과 소통하지 아니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부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신공항 발표는 또 어떠한가?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 국가의 중대사업을 마치 없던 일처럼 만들어 기존의 공항을 확장사용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리니, 반대여론이 들끓었고, 그래서 던져진 미끼가 대구공항과 K2의 통합이전이다. 왜 우리는 이러한 중대사안들을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못하는가? 무엇이 이 지역에 더 유익하며,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고 더 안전한지 왜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가 없는가?

이화여대 평상교육원과 성주사태를 보면서 시민이 깨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이제 드디어 시민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동자는 없다. 외부세력도 없다. 그들은 이제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그 소통을 통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교환하며 스스로의 인식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시민이 주인이라는 것을 “이대 다니는 여자”들과 “참외농사짓는 농부“들에게서 본다. 주민과 지역의 안전, 한국의 미래,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위해 시민의식이 싹트는 소리가 들린다. 시민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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