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양궁과 성주참외
한국양궁과 성주참외
  • 승인 2016.08.1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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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모
변호사
리우 올림픽이 한창이다. 한국 양궁이 남녀 단체와 남녀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한국양궁은 사상 최초로 양궁 전 종목 석권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양궁의 이러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공정한 기회와 투명한 절차로 상징되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그 힘의 원동력으로 꼽고 있다.

한국양궁은 매년 국가대표선수를 새로 선발한다.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올림픽금메달리스트라 하더라도 국가대표 선발을 자신할 수 없다.

올림픽 금메달을 딴 선수라도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 탈락하여 아시안 게임에도 출전하지 못하는 사태가 빈발한다. 이러한 상황에도 누구하나 국가대표 선발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투명한 절차로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대한 신뢰가 선수들에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절차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오늘의 한국양궁을 만든 것이다.

한국양궁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는 최선의 경쟁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그러한 공정성과 투명성은 절차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를 이끌어 내며, 절차에 대한 신뢰는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결과에 대한 자발적인 승복과 참여로 이어진다.

민주주의가 절차와 과정을 중요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정책과 법안의 입안 및 집행과정에서 이해관계의 조절을 위한 절차와 과정이 준수되면 그 정책 및 법안의 절차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공정한 기회를 제공받게 되고, 그 목소리와 다른 목소리가 치열하게 다툰 끝에 다수결로 확정된 결과에 대해서는 그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승복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성주의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서 성주 주민들이 저렇게 목소리를 높여 가며 사드반대를 외치는 것이 충분히 납득이 간다.

헌법은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즉, 국가가 어떠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에 본질적으로 내포되어 있는 절차와 과정의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즉, 정책입안자가 정책을 입안하면서 관련 공익과 사익을 분석하고,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절한 후 안(案)을 만들어 공표하면 관련된 이해관계인들이 이를 검토하여 그 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이익을 주장할 수 있는 절차를 보장함으로써 정책입안자와 이해관계인들 사이에 토론과 설득을 통한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해관계인들이 자신의 입장을 주장함에는 그 전제조건으로 정책과 관련된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일방적 결정을 통보하였을 뿐, 그 결정과정에 성주 주민들의 의사와 대한민국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할 수 있는 그 어떠한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그 어떠한 사전절차나 토론이나 설득 없이 일방적으로 사드배치를 결정하고 그 최적지를 성주로 결정했고, 왜 어떠한 이유로 성주가 사드배치의 최적지인지도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래서는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민주주의 최소한의 기본원칙인 절차를 통한 설득과 승복이라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성주 주민들의 사드반대 집회가 어느새 한 달여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 배치 결정에 반대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절차를 지키지 않는 정부에 대하여 절차와 과정을 지키라고 항변하고 있는 것이다.

절차와 과정을 준수하지 못한 비민주적인 사드배치 결정에 반대하는 성주 주민들의 목소리는 점차 큰 울림이 되어 가고 있다.

나는 한국양궁이 자랑스럽듯 성주참외도 참 자랑스럽다. 성주참외를 가꾸고 지켜내고 있는 이들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가꾸고 지켜내기 위해서 그들의 목소리를 힘차게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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