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
새로운 세상
  • 승인 2016.08.2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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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옥
대구미술비평연구회·미술학 박사
시청자는 각 방송사의 카메라앵글로 다양한 세상을 본다.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세상(New World)’은 카메라앵글 너머에도 있다. 2016년 올림픽이 끝났다.

시차가 커 중계방송을 일일이 챙겨볼 순 없었으나 ‘새로운 세상’에서 당도한 다양한 소식들이 흥미롭다.

절체절명의 고비를 넘긴 승전보가 짜릿하다.

펜싱에서 숨 막히는 ‘47초의 기적’을 일으킨 박상영 선수와 탈락위기에서도 고도의 집중력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사격의 진종오 선수, 박빙의 승부로 한국 남자 양궁 사상 처음으로 2관왕에 오른 구본찬 선수, 태권도 여자 49㎏급 결승전에서 힘겨운 승리를 거둔 김소희 선수 등 아직 다양한 경기가 남았지만 속속 도착한 금메달 획득 소식이 자국민에게는 활력이다.

선수들의 자기 주문 장면들도 인상적이다.

연속 3회(16년) 난공불락의 육상경기를 펼친 우사인 볼트 선수는 경기 전·후에 주문처럼 기도한다.

노련한 선수에게 5점이나 밀리면서도 “할 수 있다”를 되뇌던 박상영 선수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소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연습 때 신었던 낡은 운동화를 신고 뛰던 여자펜싱선수도 꽤나 인상적이다. 경기에서는 상대방을 의식하지만 결국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음을 엿본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4년간의 노고를 승과 패로 평가받은 선수들의 희비가 갈린다.

패자보다 승자가 조명 받고 이변과 편파판정도 감수하게 된다.

억울한 판정을 딛고 동메달을 거머쥔 레슬링의 김현우 선수가 태극기에 엎드려 흐느낄 때의 심정이 가늠된다.

한국 여자 배구가 8강전에서 패한 후 아쉬움이 컸던 네티즌들은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고 상처받은 한 선수는 SNS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팬들의 지나친 관심이 선수에게는 독이 된 것이다.

경기는 선수 혼자만의 몫이 아니다. 후원자와 응원단, 코칭스테프의 역할도 막중하다.

코치는 선수와 교감하며 긴장한 선수가 놓친 부분을 조언한다. 더하여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시종일관 선수와 일심동체로 경기장 밖에서 다른 형태로 함께 뛰는 것이다.

패하면 지도자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유도가 선수들의 우수한 기량에도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은 지도자의 연륜 부족이라는 지적이 그렇다.

화재가 된 명장면들도 있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난민팀이 결성되었다. 그들을 주목한 것은 예술가들이다. 브라질의 호드리구 시티와 세티는 난민팀의 ‘새로운 세상’을 응원하기 위해 선수 10명의 초상화를 리우데자네이루 항구 올림픽대로 인근 벽에 그렸다.

중국 수영선수 푸위안 후이의 발언도 화재다.

금기시 해왔던 ‘생리 중’이라는 솔직한 고백이 남성 중심적인 스포츠 문화에 시각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훈훈한 장면도 많다.

개막일 며칠 전 조부의 장례식을 치룬 상대선수에게 조의(弔意)의 표징으로 검은색 신발을 신은 전희숙 선수가 그렇다.

여자 육상 5000m 예선전에서 넘어진 선수를 일으켜준 선수도 있다.

뉴질랜드의 햄블린 선수와 미국의 디아고스티노 선수이다. 그들은 부상에도 끝까지 완주했다. 또한 접전 끝에 자신을 누른 김소희 선수를 환하게 안아주던 티야나 보그다노비치 선수의 미소도 귀했다.

이탈리아 요리사 마시모 보투라는 선수촌에서 남은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었다. 리우 시내 노숙자들을 위한 음식이다. 이들이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슬로건으로 한 이번 올림픽의 진정한 금메달리스트라 할만하다.

속전속결의 즉문즉답을 하는 SNS시대와 흑백논리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스포츠경기를 견주어 본다.

한편 “올림픽이라는 세계적인 축제를 즐겼고 금메달은 목표가 아닌 과정이다.”라고 하던 박상영 선수의 말에서 선수도 우리들 중의 한 사람임을 절감한다.

곧 이번 올림픽축제가 막을 내릴 것이다. 이제 각자 제 자리로 돌아와 ‘새로운 세상’의 진정한 의미를 자문해 볼 일이다. 이어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새로운 세상’을 다져나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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