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내가 대구문학 신인상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시부분에 4명의 신인상 당선자가 나왔다. 문제는 대구문학제가 대구 색깔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타성처럼 젖어왔던 것이다.
대구광역시에서는 듣기도 좋게 ‘컬러풀-대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구를 홍보하고 있지 않은가. 대구광역시도 마찬가지다. 말은 번지르하게 ‘컬러풀-대구’가 맞느냐, 실천하고 있느냐 하는 비판이 화가들 중심으로 일고 있기도 하다. 내 생각으론 컬러풀이라는 영어를 세종대왕께서도 모르시겠지만 굳이 풀이하자면 다양성 또는 지역성을 의미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컬러풀-대구’라면 대구만이 갖는 특색을 연출해야 할 줄로 안다. 그래야 타지역에서도 대구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대구가 아니면 불가능한, 말하자면 대구만이 갖는 특허상품 같은 것이어야 함이다.
이번 대구문학제에서는 서막이 오르면서 청록파로 유명한 박두진 시인의 시 <해>가 공연되었다. 일찍이 한국시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정지용 시인이 <문장>이라는 잡지를 통해 시부문에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박남수 이한직 같은 시인을 배출했으며 대구출신 이호우 시조시인도 정지용 시인이 발간한 <문장>을 통해 등단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대구문학제가 대구 또는 경북 출신 시인을 외면하고 경기도 안성 출신인 박두진 시인의 작품을 들고 나와 공연을 한단 말인가. 8.15 해방 전부터 해방 후 지금까지 수많은 시인들이 있었으며 대구를 위해 족적을 남긴 시인들도 많다. 일반인들의 귀에는 생소할지 모르지만 고월 이장희, 백기만, 구상 시인도 있고 김춘수 시인도 있었지만 신동집 시인도 있고 박양균 시인도 있다.
이 또한 꼭히 한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대구문학제라면 대구컬러 걸맞는 현역시인의 시라도 찾아보면 나올 것이며, 아니면 가장 대구지역의 정서를 잘 살려내는 시인을 찾아 원고료를 주더라고 청탁해 서막을 울렸다면 ‘컬러풀-대구’ 성격에 걸맞는 대구문학제가 되지 않았겠나 하는 순전히 내 생각이다. 그래서, 경기도 안성 출신 박두진 시인의 시 <해> 보다는 박목월의 시 <경상도 사투리>나 <도토리묵을 먹으며>가 훨씬 공감대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라 본다. 얼마 전 대구 현역시인의 시 <대구는 내 사랑>이 칸타타로 대구시립예술단에 의해 공연이 되어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바 있기도 하다.
나는 안다. 왜 박두진 시인의 시 <해>가 가무형태로 공연 되었는가를. 아마도 대구문학제 서막에 오를 작품의 내용은 고려하지 않고 시낭송가에게 시낭송을 겸한 가무 공연을 부탁했기에 전국 시낭송가들이 무대에서 시낭송으로 아주 선호하는 박두진시인의 시 <해> 가 공연 된 것 같다. 참고로 말하면 전국 시낭송가들이 무대에 오르면 즐겨 낭송하는 시로는 서정주 시 <자화상>, 유치환 시 <행복>, 박두진 시 <해>가 꼽히는 것으로 안다.
만주땅 용정 윤동주 시인에 이어 강원도 강릉 태생으로 연변땅에서 활동하다 숨진 심연수시인을 기리는 심연수문학제가 해마다 강릉에서 개최돼 참여한 적이 있다. 심연수문학제에서도 개막을 알리는 축시낭독으로 박두진 시인의 시 <청산도>가 낭송되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해방 전 만주땅에서 윤동주시인에 이어 비운의 삶을 살다간 심연수 시인을 기리는 행사인데 심연수 시인의 시정신이 가장 잘 깃들어 있는 심연수 시를 무대에 올려야 더 빛나는 행사가 되기에 말이다. 물론 나는 안다. 왜 그 해 심연수문학제에서 박두진 시인의 시 <청산도>가 낭송되었는가를. 그 해 심연수문학제 전국시낭송대회가 열렸는데 대상을 받은 시낭송가가 낭송한 시가 박두진 시인의 시 <청산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보라, 문화감각이라는 말이 있잖은가. 이런 별 것 아닌 하찮은 것 같지만 중요한 것을 외면하는게 아니라 감각이 없어서 아무 시나 낭송무대 올리면 된다는 사고가 문제인 것이다. 시낭송가들도 이런 것을 고려해 대상 작품은 <청산도>였을 지라도 심연수문학제라는 타이틀로 개최되는 본 행사에서는 심연수 시인의 시를 선택해 행사 서시로 낭송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이것도 순전히 내 생각이다.
지금 대구 소재 한국낭송문학회에서 대구문화재단 협찬으로 총 5회에 걸쳐 <대구사랑 시낭송콘서트>를 열고 있다. 그냥 시낭송회가 아니라 <대구사랑 시낭송콘서트>라 했고 보면 ‘컬러풀-대구’를 충실히 이행해 주길 바란다. 이 역시 수십 명의 시인들 시가 무대에 오르니 시인들 작품이 문제인 것이다. 진정 대구사랑을 담은 전통성과 지역성을 담은 진정한 물수건같은 서정성이 푹 배인 시를 시인들이 써내는가가 문제라면 문제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