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망치한의 교훈을 되새기자
순망치한의 교훈을 되새기자
  • 승인 2016.08.26 09: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선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기획조사부장
요즘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는다. 산업생산, 고용·임금, 대외거래 등 밝은 측면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수출은 2015년 1월부터 연속 19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경우 2016년 7월 수출이 22개월째 내림세를 기록하였다고 하니 심각성이 더하다. 이 처럼 우리경제가 어려워진 것에 대해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상황 악화만을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경제가 정상궤도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들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 강화에서 그 해법을 찾아 보았으면 한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중소기업간 협력 강화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기업의 경쟁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핵심 역량만 내부화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하게 되면서 개별기업의 경쟁력보다는 공급사슬(supply chain)의 경쟁력이 훨씬 더 중요하게 된 것이다. 즉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대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된 것이다. 이와 함께 거래비용 감소를 위해서도 대·중소기업간 협력이 절실하다. 기업간 거래시 정보수집, 협상, 계약준수 감시, 재계약 등에 많은 거래비용이 소요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관계가 유지된다면 거래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과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지역의 주력산업중 하나인 자동차부품산업은 대·중소기업간 협력이 필요한 대표적인 산업이다. 완성차에 소요되는 부품이 2만여개에 달하고 각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계층적 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지역 자동차부품업체가 완성차업체에 직접 납품하는 매출액 비중은 15.8%에 불과하고 부품업체에 납품하는 2·3·4차 업체의 매출액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규모별로는 소기업 및 영세기업의 비중이 86.7%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대기업은 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우리지역 자동차부품업체들이 계층구조상 하위에 위치하다 보니 수익성이 저조하고 연구개발 활동도 부진한 상황이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7%(2014년 기준)로 전국 평균(4.3%)을 크게 하회하고 있으며 2010년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업체당 연구개발비는 연간 2.1억원(2014년 기준)에 불과하여 전국 평균(5.6억)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낮은 수익성이 연구개발 활동의 부진을 초래하고 이는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다시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우리지역 중소기업 대표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 납품기일 촉박, 납품계약 기간의 단기화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부품업체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완성차업체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결국 대·중소기업 모두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상생 협력하는 길 밖에 없다. 대·중소기업간 상생 협력이 가장 시급한 분야는 기술과 성과의 공유를 통한 파트너쉽 구축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회사인 도요타와 부품업체간 협력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요타의 경우 특허의 70%가 중소기업과 공동특허형식이고, 한 번 부품공급계약을 체결하면 모델체인지(평균 4년 정도)까지 계약을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춘추시대의 고사성어에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말이 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야말로 한쪽이 어려워지면 다른 한쪽도 안전을 확보하기 어려운 공동운명체가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 글로벌시장에서 기업간 경쟁은 예전 춘추시대의 국가간 쟁투보다 더 치열한 상황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순망치한의 교훈을 되새기며 상생 협력하는 지혜를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