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비엔날레’의 청명하지 않은 개막
‘부산비엔날레’의 청명하지 않은 개막
  • 승인 2016.08.3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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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
미술평론가
2년에 한 번씩 격년제로 열리는 국제미술행사인 부산비엔날레가 개막을 코앞에 두고 있다. 나름 순조로운 항해를 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부산비엔날레가 안고 있는 속사정은 그리 청명하지 않다.

지난해 10월 감독 추천위원회와 선정위원회를 느닷없이 하루 만에 해치워버린 감독 선정과정에서의 석연치 않음이 설명되지 않았다. 광주의 약 절반에 불과한 저예산과 그에 따른 참여 작가들에 대한 예산책정의 어려움도 부산비엔날레가 봉착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전시 개막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석률’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집행위원회 일부 위원들을 교체하더니, 그 자리를 거의 지역 인사로 채워 스스로조차 ‘다중지성의 공론장’과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사에 대한 관심은 낮지 않다. 지속의 당위성까지 고민해온 상황이기에 내적으론 성과에 대한 책임감이 높은 것도 현실이다. 다음해부턴 일몰제에 해당되어 국비지원이 중단되기에 그 어떤 해보다 긴장된 상태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올해 부산비엔날레는 어떤 방향과 속성을 지니고 있을까.

우선 22개국 118명(팀)의 작품 328점이 선보이는 2016부산비엔날레는 두 개의 전시와 1개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각각의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1990년대 이전의 한·중·일 아방가르드 미술을 소개하는 ‘프로젝트1’은 아시아 3국의 실험미술을 반추한다. 지리적, 역사적으로 가깝지만 그동안 한 번도 실험미술에 대한 본격적인 공유가 없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무대이다. 현대미술의 흐름을 아시아적 시선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기획 의도 또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프로젝트1’의 경우 과거 국가별 미술사적 단락을 한 자리에 나열한 듯한 느낌이 강해 미술관급 전시를 확장한 정도라는 인상이 강하다. 굳이 비엔날레에서 다룰 내용인가라는 의문인 셈이다. 일부 작가의 경우 한시적 프레임에 한정되는 예도 있어 일종의 괴리감까지 묻어난다. 예전엔 어땠을지 모르나 현재에 이르러서도 과연 주류 예술에 저항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작가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예가 없진 않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국가별 참여 작가 수와 분야의 불균형도 눈에 띈다. 눈길을 사로잡는 건 ‘프로젝트2’다. 총감독인 윤재갑 중국 하우아트뮤지엄 관장이 진두지휘한 ‘프로젝트2’는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이라는 비엔날레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 전시로, 1990년대 세계화 이후의 현재에 시선을 고정한 작품으로 채워 시대와 체제를 비교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미리 공개된 내용만 보면 ‘프로젝트2’는 가장 비엔날레스럽다. 개별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특정 사안에 한해 자발적 공동을 도모하는 ‘다중’의 특성이 비엔날레에서 어떻게 시각화될지 호기심을 유발하는데다, 공론을 창출하고 대안 모델을 찾으며 그것에서 하나의 새로운 미학을 이끄는 축을 예상케 한다는 면에서 기대도 크다.

다만 감독이 밝힌 기성 미술관의 권위에 반하고 현재 당면한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세계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식의 개념은 고루한 측면이 있다. 제목은 다르더라도 이미 90년대 이후 숱한 미술전시에서 직간접적으로 재탕해온 주제의식인 탓이다. 그런데도 ‘프로젝트2’는 되레 그 진부함을 어떤 색깔로 요리할지, 낯설게 전개할지 궁금해지는 아이러니가 있다.

‘프로젝트 3’은 종교, 인종, 국적이 다른 예술인들과 학자들이 모여 앞선 두 전시, 즉 ‘프로젝트1’과 ‘프로젝트2’를 연결하는 매개로서 자리한다. 구체적인 자료가 부족해 유추에 한계가 있지만, 취지만 놓고 보면 전시 못지않게 활발하게 전개되어야 할 프로젝트다.

이처럼 이번 부산비엔날레는 두 개의 전시와 하나의 학술프로그램이 독립적이면서도 연계성을 띠고 있다. 프로젝트별 특성이 잘 스며드는지는 개막해봐야 알 수 있으나 전체적으론 과거와 현재가 호흡하고 혼혈하며 개론과 총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음을 읽을 수 있다. 허나 여전히 부산비엔날레는 예산상의 문제가 걸림돌이다. 전시 작가에 대한 지원 부족을 넘어 작품형식과 참여 작가 수의 변경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를 안고 있다. 때문에 작가별 작품의 진수가 드러날 수 있을지 염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물론 이것이 여러 작고 큰 난제들과 어우러진 채 부산비엔날레에 대한 스케치를 깔끔하게 만들지 못하게 하는 이유 중 일부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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