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많이 읽으면 아이에게 독 된다
책 많이 읽으면 아이에게 독 된다
  • 승인 2016.09.2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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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1930년 미국 일리노이주 위넷카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정밀조사를 실시했다.

취학 전부터 독서지도를 받기 시작한 아이들과 초등학교 2학년 이후에 독서지도를 받은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학업성취도를 평가한 것이다.

처음 학업평가에서는 취학 전부터 독서지도를 받은 아이들이 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으나 4학년쯤 되자 두 그룹 아이들의 실력은 비슷해졌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자 일어났다. 이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었을 때 늦게 독서를 시작한 아이들이 일찍 독서를 시작한 아이들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고 자발적으로 독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국에서 역시 책 읽기를 빨리 시킨 아이들과 늦게 시킨 아이들을 비교해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조사를 수차례 실시했다. 이를 통해 7세 이전에 독서교육을 실시할 경우 아이 성장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다.

영국이 학교 입학을 7세 이후로 못 박은 이유다. 이를 토대로 전 세계의 모든 국가는 7세 이전의 아이들의 학업을 권장하지 않기 위해 학교 입학 연령을 7세(우리 나이로 8세)로 제한했다.

조기 독서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는 더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교수인 메러비안은 어린 나이에 억지로 책을 읽힌 아이들에게서 ①엄마 말을 무시한다. ②이유 없이 고집을 부린다. ③학습·인지 능력이 떨어진다. ④주위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⑤유난히 겁이 많고 불안해한다. 등의 특징이 발견된다고 보고했다.

이 외에도 많은 학자들에 의해 ‘부모의 강요에 의한 조기독서를 경험한 아이는 무감동과 위축의 사례를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피아제의 인지발달 이론에 의하면 문자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시기는 추상적 사고가 시작되는 12세 이후부터다.

즉 미취학 아동은 글자를 읽으며 학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아이는 그저 직접경험을 통해서만 자신을 학습시킨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이 시기를 ‘경험 뇌의 시기’라고 부르며 아이들의 경험을 중요시한다.

그러니 경험이 중요한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억지로 책을 읽게 하면 부작용이 생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이유로 교육학자 루소는 “12세 이전의 아이에게는 절대 책을 주지 말라”는, 한국 엄마들이 들으면 기절할 소리를 했다.

아주 어린 아이에게까지 많은 책을 읽히는 지금 한국의 독서방식은 아이의 성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오해에서 비롯된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책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한다.

‘너는 움직이지 말고 책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저 지켜 보거라’는 무언의 강요 속에 아이는 가만히 앉아 책 내용을 습득한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바와 같이 아동기는 글을 통해 지혜를 얻는 시기가 아니다.

아이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세상과 만나야하는 시기이다. 그러므로 어린 시기의 과도한 책읽기는 아이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한다.

지금 아이는 책을 읽을 시간이 아니다. 밖으로 나가서 많은 것을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면서 자신의 감각 안에 자신의 경험을 새겨 넣을 시간이다. 이 직접 경험을 통해 아이는 나머지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더없이 귀한 ‘자존감’을 발달시킨다.

그렇다. 아이에게는 100가지의 간접경험보다 한 가지의 직접 경험이 더 유익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이는 ‘직접경험’을 통해서만 자신을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발 교육의 기준을 ‘책을 많이 읽히는 것’에 두지 말자. 책보다 아이를 성장시킬 것은 주위에 얼마든지 있다. 엄마, 아빠와 대화를 나누고 친구들과 즐겁게 뛰어 놀고 가족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맡은 역할을 해내고 여러 가지 삶의 규칙들을 배우는 등 수많은 경험을 하는 중에 책은 조금만 읽으면 된다.

뛰어놀고 싶은 아이를 붙잡아 앉혀놓고 책 읽어주는 일. 정말 아이를 위한 일인지, 엄마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책을 모든 것의 최우선으로 놓지 말자. 책, 너무 많이 읽으면 아이에게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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