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對話)란 무엇인가?
대화(對話)란 무엇인가?
  • 승인 2016.10.0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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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 디자인 연구소장
사람은 말(언어)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또한 상대방의 반응을 말을 통해 전달 받는다. 사람은 이렇게 주고받는 말, 즉 대화(對話)를 하며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고 있다. 대화를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과 더 좋은 관계를 맺기도 하고 각자가 필요한 것을 얻기도 하고 주기도 하면서 우리는 살아간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살아갈까?

말을 처음 하게 된 어린아이 시절. “엄마” “빠빠”라는 말을 처음 함으로써 엄마에게서 맛있는 우유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유를 먹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맛있어? 많이 먹고 건강하게 자라렴.”이라는 말과 함께 아이의 눈을 바라보는 엄마의 미소를 얻을 수 있었다. 초등학생이 되어 학교를 가게 되면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을 사귀던 것도 말을 통해서였고, 첫사랑을 고백하던 그날도 말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이렇듯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를 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따뜻한 말을 통해 슬픔 속에 빠진 울고 있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어 주기도 하고 지쳐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말로 힘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가시 돋친 말로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내기도 하면서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말, 대화는 무엇인가. 한번 생각해 보자.

먼저 대화는 목적이 없어야 한다. 목적을 가지는 것은 면접, 취조에 가깝다. 대화는 조잘 조잘 떠드는 아이들의 잡다한 이야기와 같다. 그런데 보통 우리는 대화를 하기 보다는 목적을 둔 면접과 취조의 형식의 말을 많이 한다. 흔히 말하는 “쓰잘데기 없는 소리 하지 마라” 하는 그 쓰잘데기 없는 말이 사실은 대화인 것이다. 대화를 할 때 “오늘 이 이야기를 해보자”라고 하기 보다는 그냥 만나서 서로 목적 없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모두 나눌 수 있을 때 그게 대화다. 어린아이들이 친구들과 하는 대화를 한번 해보자. 그들은 그냥 만나서 오늘 만나러 오면서 봤던 강아지 이야기를 하고, 때로는 자신의 꿈 이야기도 하고 때로는 속상했던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기도 할 것이다. 특별히 목적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보다는 그냥 자기의 마음가는대로 편하게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이것이 바로 대화다.

성인의 부모들이 대화를 하는 방식은 대부분의 경우 이러하다.

“숙제 했어?” “오늘 친구들과 잘 놀았어?”“이번 시험은 언제야?” “너는 앞으로 꿈이 뭐고 뭐가 되려고 하니?”이렇듯 많은 말 속에 목적이 들어 있다. 그러면 자녀들은 목적이 있는 물음에 답을 할 것이고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목적이 있는 말을 할 것이다. “엄마 돈 좀 주세요. 준비물 사야해요” “아버지 학원 보내주세요. 이제 공부해야 해요” “엄마, 아빠 용돈 좀 올려주세요. 우리 반에서 제가 용돈이 가장 적다니까요” 이런 목적을 주고받는 대화의 패턴만을 이어오다 어느새 자녀는 더 이상 부모에게 대화를 할 목적이 사라지는 날이 온다. 그러면 이제 더 이상 부모와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부모는 섭섭해진다. “너는 맨 날 네가 무엇 필요할 때만 아빠에게 이야기 하더라……” 부모는 자기가 필요할 때만 말을 걸어오는 아이가 못내 아쉽다. 하지만 어떡하랴. 이미 자녀는 목적을 가진 대화에 익숙해 있는 것을.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이~김대리. 어제 그거 마무리 다했어?” “잡담 그만하고 모두 열심히 일하도록” “그래. 일은 할 만한가? 부모님은 무얼 하시나?”시끌벅적 활기차던 직장도 사장님만 나타나면 정적이 흐르는 무덤같은 곳으로 변해버린다.

대화에는 목적이 없다. 그냥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이런 저런 이야기다. 그것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대화는 주파수 맞추기와 같다. 라디오 방송도 주파수가 맞아야 소리가 깨끗이 전달된다. 주파수가 맞지 않는 상태에서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전해도 상대에게는 하나도 전달이 되지 않는다. 상대와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주파수부터 맞추자. 대화가 되지 않을 때 보통 우리는 두 가지 오류를 범한다. 먼저 볼륨을 높이는 것이다. 주파수도 맞지 않는데 아무리 볼륨을 높여본들 상대방에게 나의 이야기는 하나도 전달되지 않는다. 그건 소음이다. 두 번째 오류가 오래 이야기 하는 것이다. 못 알아듣나 싶어서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며 몇 시간을 이야기 한다. 이야기를 하는 자신은 속이 시원할지 모르나 듣는 사람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외국 방송을 듣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대화는 이해하는 것이다. 이해라는 단어 understand는 아래의 under와 서다의 stand가 합쳐진 말이다. 그래서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아래에 서야 한다. 그의 머리위에 서서 그를 내려다보며 그를 ‘이해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해주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그와 눈높이를 맞추고 그의 시선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 그래야 이해가 된다. 이제부터 취조가 아닌 대화를 하자.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와 쓰잘데기 없는, 목적을 두지 않는 그냥 잡담을 하자. 그게 진정한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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