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는 무엇을 기억하는가 - 기준을 분명히 하자
까마귀는 무엇을 기억하는가 - 기준을 분명히 하자
  • 승인 2016.10.0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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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까마귀는 세상에서 가장 영리한 새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자신이 주운 호두가 너무 단단하여 입으로는 도저히 깰 수 없다고 느껴지면 도로 위에 놓아두고 자동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고 합니다. 마침내 자동차가 지나가고 호두가 깨어지면 틈을 보아 호두를 쪼아 먹는다고 합니다.

어떤 까마귀들은 기차 건널목 앞을 잘 이용한다고 합니다. 철도 건널목에는 아침저녁으로 출퇴근을 하는 작은 차들이 지나다니는 데다 신호등이 있어서 얼마간 시간적 간격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호두를 물어다 건널목 직전에 놓아두면 큰 트럭이 아닌 작은 차들이 지나다니면서 적당히 깨뜨려놓는데, 붉은 신호가 들어오면 모든 차들이 멈추니 이때에 깨어진 호두에 달려들어 속을 맛있게 쪼아 먹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오랫동안 경험한 끝에 터득한 지혜일 것입니다.

또 이솝우화에서 보듯이 주둥이가 닿지 않는 깊은 병 속에 물이 들어 있으면 돌멩이를 물어다 넣어 물이 위로 차오르도록 기다렸다가 물을 먹는다고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동료가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면 오래 그 주변을 머물면서 깨어나기를 기다린다고도 합니다. 쪼아보기도 하고 발로 흔들어보기도 하여 함께 날아가자는 의사를 표현한다고 합니다.

까마귀는 그만큼 영리할 뿐만 아니라 동료애도 강한 것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뛰어난 까마귀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까마귀에 대해 잘못 알려져 있습니다. 이 말은 까마귀가 무엇을 잘 잊어버린다고 보고 만들어진 속담일 것입니다.

까마귀들은 자기가 구한 먹이를 한꺼번에 다 먹을 수 없을 때에는 다른 짐승들이 눈치 채지 못하는 곳에다 숨겨놓는다고 합니다. 나중에 배가 고플 때에 다시 찾아와 먹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에 음식을 먹고자 할 때에 처음 숨긴 곳을 잘 찾지 못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즉 처음에 숨길 때에는 들키지 않으려고 먹이 위에 이끼를 물어다 덮기도 하고 냄새도 맡아 그 분위기를 잘 짐작하는데, 며칠이 지나면 그만 그 장소를 잊어버려 배가 고파도 제대로 찾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까마귀가 음식을 숨기고 나서 살펴보는 것이 그 둘레에 서있는 나무나 바위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위의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구름은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구름은 그 모양이 바뀌거나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까마귀는 그 때 보았던 구름을 떠올리며 하늘을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들고 있던 칼을 물에 빠뜨리게 되자 뱃전에다 빠뜨린 곳을 표시한다는 말인데 이 역시 기준이 잘못되었음을 비꼬는 말입니다.

까마귀가 음식을 숨기고 나서 하늘의 구름을 쳐다보는 것이나 칼을 잃고 뱃전에 그 장소를 새기는 것은 다 같이 올바른 기준을 갖추지 못했음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기준을 바르게 세우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맨 먼저 해야 할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어떠한 기준이 표준이 되는지, 그 기준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실천하는 것이야 말로 공부의 핵심이라 하겠습니다.

자,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잘못된 기준을 고집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자기만의 고집이라는 기준, 판단 없이 그저 주워들은 기준 등 수많은 잘못된 기준에다 우리의 가치를 묶어두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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