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진실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승인 2016.10.10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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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미 대구 여성의전화 대표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다!” 작년 초 김군은 이 말을 남기고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를 찾아 떠났다(김군이 부디 무사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김군의 이야기가 연일 뉴스를 장식하자 한 팝칼럼니스트는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하다”는 내용의 칼럼으로 페미니즘을 폄훼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그 칼럼니스트는 페미니스트가 남성을 끌어내려 그 자리를 여성이 차지하려고 한다고 했다. 군 가산점제를 반대하는 여성들을 남성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치부하며 심각한 여성비하로 지탄받는 일베나 남성연대의 탄생을 합리화 하는 논리를 폈다. 남녀 간의 대립보다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반대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정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페미니즘을 이해하는 시각은 매우 편협하다. 페미니스트가 싫어서 IS가 좋다는 김군이나 페미니즘을 무뇌아로 취급하는 팝칼럼니스트의 인식은 페미니즘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되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페미니즘은 성(gender)에 기반한 모든 차별과 억압, 폭력에 반대하는 이론과 사상이다. 그리고 페미니즘에 동의하며 행동하는 사람들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 차별과 억압의 원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보는 인식에 따라 페미니즘의 다양한 이론적 지형들이 존재한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참정권과 노동권 같은 근대시민으로서 여성의 기본권을 주장했다. 영국 최초의 선거법 개정 이후 영국에서 여성참정권이 보장되기까지 90년의 시간이 걸렸다. 여성에게도 참정권이 보장되고 사회적 노동을 통한 경제적 자립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여성은 여전히 불평등하고 억압적 지위에 있었다. 문제는 가부장제였다. 남성과 동등하게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지만 가부장적 문화와 관행이 그대로 잔존하는 사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받지 못했으며 성폭력과 가정폭력의 희생자가 되어야 했다.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과 억압의 원인인 가부장적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고자 하였다.

성별분업의 타파는 가정과 노동시장에서의 평등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주장이었다. 1980년대 이후 등장한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젠더구조에 의문을 제기하며 성의 다양성을 주장한다. 페미니즘은 이와같은 흐름 속에서 여성운동의 주요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며 사회변화를 이끌어 내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여성운동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2015년 월드 이코노믹 포럼이 조사한 한국사회의 성평등지수는 조사에 참여한 145개국 중 115위에 불과하다. 2016년 대구여성가족재단이 발표한 대구여성평균 워킹맘 ‘나다움씨의 대구살이’에 따르면 사회적 노동을 하는 여성의 가사활동시간이 하루 평균 2시간 31분인데 반해 남성의 가사활동시간은 38분에 불과하다. 또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여성비율은 6.3%에 불과한 반면 강력범죄 피해자의 여성비율은 86.4%에 달한다.

2015년 한국여성의전화가 조사한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에 대한 통계분석에서 남편이나 애인에게 살해당한 여성은 한 해 최소 91명, 살인위기에서 살아남은 여성이 95명, 피해여성의 부모나 자녀, 친구 등 무고한 50명도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입었다. 최소 1.9일 간격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여성이 살해당하거나 살해당할 위협에 처해 있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폭력이 가부장제 사회의 성(gender)불평등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따라서 여성이 보다 안전하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불평등한 성별 위계구조가 평등하게 변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시몬느 드 보봐르는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진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흑인 페미니스트인 벨 훅스는 페미니즘을 ‘우리 모두가 그냥 우리 자신으로 살 수 있는 세상, 평화와 가능성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성을 갖고 태어났던 편견과 차별 없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향해 도전할 수 있는 세상,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세계는 바로 우리 모두가 꿈꾸는 세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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