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에서 나오라
무리에서 나오라
  • 승인 2016.10.1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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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 디자인 소장
사람은 각기 따로 만나보면 모두가 좋은 사람들이다. 나쁜 사람이 거의 없다. 모두 친절하고, 모두가 예의 바르다. 표정도 밝고 소통도 잘한다. 하지만 무리 속에 있을 때 사람들의 모습은 달라진다. 무리 속에 있을 때 사람들은 무리의 숫자 속에 숨어 버리는 버릇이 있다. 때론 진짜 예의에 예(禮)자도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예의가 없기도 하고, 때론 어디서 저런 겁쟁이가 있나 싶을 정도로 비겁하기도 하며, 때론 순둥이가 헐크로 변하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무리 속에 숨는 모습은 요즘 대학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절실히 느끼는 부분이다. 보통 대학 한반(class)의 정원이 40명 정도이다. 그러면 그 반에서 학생들은 오롯이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책상 앞에 앉는 학생은 소수에 지나지 않고 많은 학생들이 한 반의 한명 즉, 40명 중에 1명이 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실 모든 사람의 관계는 1과 1의 관계다. 강의를 하는 나도 1명이고 강의를 듣는 그들도 모두 1명이다. 그래서 내가 소통해야 하는 사람은 강의에 참가한 전체가 아니고 1 명이다. 나와 그 누군가 1과 1의 관계다.

강의 시작이나 중간, 일상의 질문을 한 번씩 던져 본다. “지난주 잘 보냈어요?”“식사 맛있게 했어요?” 대답은 항상 소수의 사람만 한다. 대답을 하지 않는 사람은 매번 대답을 하지 않는다. 누군가 자기 대신 대답을 해주기 때문이다. 대답을 하지 않고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꾸하지 않는다는 것은 속된 말로 ‘내 말을 씹는다’는 것이다. 너무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작은 걸 크게 볼 줄 알아야 한다. 항상 큰 다툼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결국 자기 인생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 아니던가. 자기가 대답을 안 하면 대답을 안 한 것이고, 자기가 보지 않으면 보지 않은 것이다. 많은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 것이 무엇이 중요하단 말인가, 남이 무엇을 했는가 보다 내가 했나 안했나가 더 중요하다. 남은 어찌 보면 부는 바람 같고 그날의 날씨와 같다. 자기 자신만 건강하다면 부는 바람이 뭐 대수고 날씨가 무슨 상관이랴. 독감이라도 걸려보라. “산 위에서 부는 바람 고마운 바람”이란 노래가 입에서 나오는지. 살랑 살랑 부는 솔바람도 한 겨울 칼바람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강의를 오래 해본 사람은 공통으로 느끼는 부분이 있다. 1천명이라고 더 열심히 하고 10명이라고 해서 대충하고 그러지 않는다는 것을. 1명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그 1명에게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은 1만명 하고도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필자 역시 11년 대중강의를 하며 수많은 강의 중 최고 기억나는 강의를 꼽으라면 1명의 할머니와 8시간 강의한 것이다. 수 년 전 노인관련 자격증과정에 교육을 갔을 때였다. 그날따라 비가 많이 와서 참석한 사람은 70대의 할머니 한 사람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날 최고의 진심어린 강의를 했다고 생각한다. 참석한 할머니의 눈빛이 열정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할머니 한 분과 8시간을 열심히 진심으로 했다. 그 어떤 강의보다 힘이 났고 그 어떤 청중들의 반응보다 진심으로 반응을 보여주셨다. 비 오던 그날을 아직도 생각하며 강의에 임하고 있다. 나 역시 처음 강의를 할 때는 생각이 달랐다. 10명이면 좀 편했고, 100명이 넘으면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강의하는 횟수가 채워져 나가고 대중 앞에 서서 이야기 한다는 것이 엄청난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입으로 사람을 살릴 수도, 사람을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말의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 것을 느끼게 될 때쯤 참석하는 사람의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진심이었고 열정이었다. 그 후부터 나의 진심을 1명을 감동 시키는 사람이 되자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무리에서 나와야 한다. 무리에서 툭 튀어 나와 오롯이 혼자의 모습을 만나자. 그러기 위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혼자 떠나는 도보여행. 해가 뜨기 전 새벽에 홀로 창가에 앉아 마시는 커피한잔, 자신을 만나기 딱 좋은 환경들이다. 무리에서 나와 자기 자신과 민낯으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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