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사고력, 부모와의 대화에 달렸다
아이의 사고력, 부모와의 대화에 달렸다
  • 승인 2016.10.1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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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저자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케네디가(家)는 ‘케네디가의 식탁’으로도 유명하다.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우겠다는 열망이 매우 높았던 케네디의 부모가, 신문을 읽고 토론에 참여할 준비가 된 아이들만 식탁에 앉게 했다는 일화가 바로 ‘케네디가의 식탁’이다. 케네디의 9남매 중에서 신문을 읽지 않아서 토론에 참여하지 못한 아이는 저녁식사를 할 수 없었다. 토론 준비가 안 되었다고 저녁밥을 주지 않았다니 매정하게 들리지만 가정에서의 언어습관과 토론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케네디 집안에서 저녁마다 벌어졌던 토론시간은 케네디가의 아이들이 미국의 정치를 이끄는 인재로 자라난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는 가정에서 아이와 많은 언어를 나눈다. 우리가 나누는 언어는 그 성질에 따라 몇 가지로 구분할 수가 있는데 첫 번째는 ‘생활 언어’다. 생활언어란 “밥 먹었어? 씻고 공부해. 학교숙제 뭐야?” 같이 정보를 주고받는데 필요한 말들이다. 1차 언어라고도 한다. 우리는 아이들과 많은 시간 이런 대화를 나눈다.

두 번째는 ‘정서적 언어’다. 2차 언어라고 하는 이 언어는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엄마가 감동받았다. 그 친구 때문에 많이 속상했겠구나. 요즘 우울해 보이는데 무슨 일 있니?” 같이 정서나 감정을 표현할 때 쓰는 언어들이다. 책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언어로서 한 사람의 감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언어다.

마지막으로는 ‘철학적 언어’가 있다. “너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네 꿈은 뭐니? 아픈 지구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뭘까?”와 같이 깊은 사고와 성찰을 요하는 언어다. 아이의 논리적 사고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고,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언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언어는 순차적 과정을 거쳐 발전한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아이에게 “맘마먹자. 여기 봐. 하지 마.” 같은 1차적인 언어를 짧게 사용하다가 이 언어가 점차 길어진다. 아이의 사고가 발전하면 정서적 언어가 끼어들고 나중에 아이가 더 자라면 3차 언어인 철학적 언어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와 아이는 세 종류의 언어를 다양하게 구사하며 소통해야 한다. 왜냐하면 아이가 쓰는 언어가 아이의 사고를 관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저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이야기한다.’라고 할 때 그 사람은 분명 2차 언어와 3차 언어를 적절히 잘 사용하는 사람일 것이다. 인간이 깊게 사고하고 분명한 자기주장이 있다는 것은 정서적 언어와 철학적 언어를 잘 구사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우리는 지금 아이와 이 세 가지 언어를 잘 사용하며 소통하고 있을까?

부모가 아이에게 “숙제했어? 학원 갔다 왔어? 시험 언제야? 성적표 나왔어? 학습지 또 밀렸지! 학원비가 얼만데 학원을 빠진다는 거야! 이번 시험 또 망치면 가만 안 둬!”와 같은 생활언어만 쓴다면 아이는 정서적이고 철학적인 언어를 학습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언어사용까지 학원에서 가르쳐준다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그런 학원은 없다. 더군다나 언어는 반드시 생활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하루에 한두 시간 머무르는 학원에서는 그런 것들을 학습시킬 수도 없다. 아이의 언어는 물론 일정부분 학교에서도 이루어지지만 대부분은 아이가 하루에 12시간 이상 머무르는 가정에서 이루어진다. 부모가 아이에게 좋은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아이의 언어가 풍성해지고 아이의 사고력이 풍부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의 언어가 다양해야 한다. 언어는 생활에서 모방하면서 배우기 때문이다. 자, 오늘부터 우리의 말투를 바꾸자. 생활언어만 쓰던 습관을 버리고 아이의 기분을 물어봐주자. 아이의 꿈도 물어봐주고, 인생의 계획도 같이 세우고, 신문 1면을 장식한 뉴스에 대해서도 토론해보자. 엑소와 방탄소년단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더 좋다. 잊 지말아야할 것은 아이의 사고력이 부모와의 대화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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