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조 깃털관, 왜 만드는가 - 우리는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극락조 깃털관, 왜 만드는가 - 우리는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 승인 2016.10.1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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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남태평양의 일부 섬 원주민들은 극락조(極樂鳥, bird of paradise)의 화려한 깃털을 귀하게 여기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즉 남녀가 서로 짝을 고르는 축제 때에 극락조의 깃털로 장식된 화려한 관을 쓰고 나타나면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극락조가 한번 구애를 시작하면 사흘이고 나흘이고 뜻을 이룰 때까지 암컷에게 먹이를 물어다 줄 뿐 아니라 암컷 옆을 떠나지 않는 습관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는 우리 고유의 혼례 때에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기러기를 보내는 것과 같은 이치로 보입니다. 기러기는 한번 짝을 정하면 죽을 때까지 그 짝을 바꾸지 않고 헌신하기 때문에 이처럼 전안례(奠雁禮)를 하니까요.

이곳 섬 청년들도 짝을 위해 그렇게 살겠노라는 다짐으로 극락조 깃털을 구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극락조는 영리하여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이 섬의 청년들은 마을 어른 중에서 노련한 사냥꾼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게 됩니다. 이를 테면 인생의 멘토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노련한 사냥꾼은 자기를 찾아온 청년에게 극락조 사냥법을 전수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교육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멘토는 먼저 청년에게 새의 소리를 구분하게 합니다. 배가 고파서 내는 소리인지, 짝이 그리워서 내는 소리인지에 따라 사냥 방법이 달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익숙해지면 먼저 이 새가 주로 먹는 먹이가 어떤 것인지를 또한 관찰하게 한다고 합니다. 이 새는 붉은 열매를 주로 먹는데 그러면 그 열매가 있는 나무 근처에서 활을 들고 기다리게 합니다.

물론 이 때에도 매우 세심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먼저 그 열매 아래에 극락조가 앉을 수 있는 횃대를 만들어 놓기도 하는데 새가 눈치 채면 허사이므로 자연물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그 다음에는 해를 등지고 숨어서 기다린다고 합니다. 이때에는 나뭇잎으로 막을 설치하여 사람이 숨어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자칫하여 사람의 그림자가 새에게 미치면 새는 금방 달아나버리므로 움막의 높이 또한 고려해야 합니다.

화살의 촉도 뾰족한 한 개의 촉이 아니라 끝이 셋으로 갈라져 있는 삼지촉(三指?)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새의 몸에 상처를 내지 않고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합니다.

결국 극락조의 깃털을 얻으려면 끈질기게 기다리는 힘도 있어야 하지만, 화살촉의 과학을 비롯 움막의 설치 기술 등 다양한 지혜를 갖추어야만 가능하였습니다.

따라서 극락조의 깃털을 얻는 그 과정 자체가 바로 삶을 영위해 나가는 지혜를 기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멘토를 찾아가 배움을 얻는 과정 역시 앞으로 세상을 헤쳐 나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대인관계의 기술을 배우는 과정인 것입니다.

또한 극락조 깃털을 얻었다 하더라도 이번에는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화려하게 관을 디자인하는 능력을 익혀야 합니다. 이 또한 사람이 생산하는 물건에 대한 디자인 능력으로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할 것 없이 생활에 꼭 필요한 능력임을 보여줍니다.

극락조 깃털관이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또 그 다음 과정이 또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란한 몸짓으로 춤출 줄 알아야 하였고, 상황에 적절한 목소리로 감동적인 노래도 지어 부를 줄 알아야 하였습니다.

그리해야 결국은 자신이 좋아하는 배필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몸을 튼튼히 하고 또한 지혜를 기르는 과정 역시 앞으로 삶을 준비하는 과정으로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게 됩니다. 아니 그 자체가 온전한 사람의 과정임을 알고 실천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은 언제나 적자(適者)가 주인공이 되어왔음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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