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좋은 포터가 필요하다
아이에게 좋은 포터가 필요하다
  • 승인 2016.10.2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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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우리는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착하고 현명한 아이면 좋겠다, 좋은 대학을 가면 좋겠다, 좋은 직업을 가지면 좋겠다, 사회에서 성공하는 인물이 되면 좋겠다.’ 등등 부모라면 당연히 원하는 게 있게 마련이다. 우리가 바라는 이러한 목표들은 저 멀리 산 정상에 꽂혀서 펄럭이는 깃발이다. 지금은 아주 멀리 있지만 언젠가는 거기에 도달하리라 믿고 힘들어도 한 걸음씩 내딛게 하는 희망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저 산꼭대기에 있는 깃발까지 가려면 그 사이에 수많은 난관을 만나게 된다. 작은 언덕도 만나고 발이 빠지는 개울도 만나며 목이 마르는 구간도 있고 땡볕에 그늘 하나 없어 주저앉고 싶어지는 때도 있다. 이런 수많은 난관들을 이겨내야 우리는 산의 정상에 도달한다. 그러니 우리 아이가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어려움들은 저 멀리서 멋지게 펄럭이는 깃발을 잡으러 가는 과정이다.

숙제, 중간고사, 기말고사, 피아노 콩쿠르, 영어 레벨테스트 같은 것들은 말하자면 다 먼 여행을 위한 과정이다. 이 과정은 그러니까 그 자체로는 별로 중요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아이가 반평균도 못되는 점수로 들고 온 수학 시험지는 아이가 만난 작은 개울일 뿐이다. 이 개울은 그저 지나가면 된다. 개울을 훌쩍 뛰어넘어주면 더 좋겠지만 개울에 발을 빠뜨렸다고 산꼭대기까지 못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개울에 빠졌지만 괜찮아. 이 정도로는 산꼭대기까지 가는데 아무 문제도 없어.’라고 생각하고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등반을 시작하는 것이다.

만일 아이가 ‘아, 나는 안 되겠어. 이 작은 개울도 못 건너는데 저 산꼭대기까지 어떻게 가겠어. 나는 안 돼. 그냥 포기해야겠어.’라고 생각했다가는 멋진 깃발은 만져볼 수도 없다. 아이가 다시 일어나서 등반을 시작할지, 그냥 개울가에 주저앉고 말지는 전적으로 엄마의 태도에 달렸다.

그깟 개울 좀 건너지 못했다고 야단치고 윽박지르는 것은 개울물에 빠져서 괴로워하고 있는 아이를 다시는 못 일어나게 주저앉히는 일이다. 성적 때문에 야단을 맞는 아이는 생각한다. ‘나도 공부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걸 어쩌란 말이냐고! 공부가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되는 줄 아나? 엄마는 아는 것도 없으면서 소리만 지르고, 에이 짜증나.’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개울이 나타나거나 작은 언덕만 만나도 또 야단맞게 될 까봐 등반을 포기하게 된다.

아이가 넘어지면 엄마는 이런 말을 건네야 한다.

“열심히 공부했는데 점수가 안 나와서 속상하겠네. 하지만 너는 살면서 이런 시험을 수백 번은 더 볼 텐데 한 번 시험 망친 걸로 뭐 그렇게 슬픈 얼굴을 하고 그래? 다음에 더 잘 보면 되지. 괜찮아 힘내. 파이팅!!”

엄마는 아이가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사람이어야 한다.

깃발을 잡으러 산에 올라가는 일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다. 엄마가 들쳐 업고 산꼭대기까지 애를 데려다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그럴 수 없다. 이건 아이의 인생이므로 아이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다리로 올라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아이가 정상까지 가도록 도와주는 좋은 포터(히말라야를 오를 때 짐을 들어주고 식사를 제공하며 가이드 역할을 해 주는 현지인)가 되어야 한다. 히말라야는 결국 자신이 올라야하지만 짐을 나누어 들어주고 베이스캠프를 쳐주는 좋은 포터 없이 등반에 성공할 수 없듯이, 결국 아이 스스로 가야한다 하더라도 아이에게는 반드시 동반자가 필요하다.

엄마는 아이가 목마를 때 물을 주고, 적당한 자리를 골라 쉬게 하고, 발에 물집을 잡히면 응급처치도 해주고, 비가 오기 전에 텐트를 쳐주는 좋은 포터여야 한다. 아이가 힘들고 지쳐서 못가겠다고 할 때마다 너는 할 수 있다고, 너에게는 그럴만한 힘과 잠재력이 있다고, 격려와 위안을 주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지금 아이의 성적은, 지금의 부족한 모습은, 아이의 미래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것들이다. 앞으로 수없이 만나게 될 작은 개울일 뿐이다. 그러니 아이가 앞으로 힘든 여정을 만나더라도 힘을 내서 산을 오를 수 있도록, 지금 이 난관을 잘 견딜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자. 좋은 포터가 되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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