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다 부끄럽다 부끄럽다
부끄럽다 부끄럽다 부끄럽다
  • 승인 2016.10.2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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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미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부끄럽고 부끄럽다. 아깝고 또 아깝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 선출된 경북대학교 총장임용을 아무 이유나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거부하여 2년 동안 경북대학교 총장을 공석으로 만들더니 대학과 지역사회의 민심을 도외시 한 채 2순위 총장후보를 총장으로 임명한 대한민국교육부가 한없이 부끄럽고 그들에게 들어가는 내가낸 세금이 아깝고 또 아깝다.

2014년 6월 하순 무렵 경북대에서 간접선거로 총장선거가 있었다. 필자의 기억으로 대학사회구성원대표와 지역의 직능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을 추첨을 통해 뽑아서 선거인단을 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필자는 지역여성단체 대표로서 총장선거에 참가해 한 표를 행사 했었다. 오전에 투표장에 들어가 일체 모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채 저녁까지 선거가 치러졌다. 선거인단은 귀중한 자신의 하루를 경북대학교 총장 선거를 위해 기꺼이 바쳤다. 그러나 그 선거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무산이 되었다. 이후 4개월 뒤인 10월경 다시 총장선거가 진행되었다. 1차 선거에서 1순위로 당선되었던 김사열교수(경북대 생명과학부)가 2차 선거에서도 다시 1순위로 당선이 되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뚜렷한 이유 없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당선된 경북대 총창 1순위 후보의 임용을 거부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는 2014년 12월 15일 공문을 통해 경북대학교 총장 1순위 후보로 당선된 김사열후보의 총장임명을 거부했다. 그 공문에는 1순위 후보의 총장임명거부에 대한 어떤 이유도 명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2015년 8월 경북대학교 제18대 총장 후보 1순위 김사열교수는 임용제청을 거부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총장임용 제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교육부는 이마저도 무시했다.

2014년을 기점으로 전국 40개 국공립대학의 총장선출은 일제히 간선제로 전환되었다. 1987년 민주화투쟁의 산물로 쟁취된 총장직선제가 이명박정권의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는 명분에 밀려 간선제로 회귀한 것이었다. 대학사회는 몇 년간 총장 직선제를 지키기 위해 저항했으나 교육부가 국공립 대학에 대해 휘두를 수 있는 무소불위의 칼 앞에서 버틸 재간이 없었다는 것 이다. 그 칼은 바로 행정적, 재정적 칼날의 제재를 받는 것이었다. 경북대학교는 직선제를 고수하는 동안 교육부로부터 예산을 거의 지원받지 못했다고 한다. 2011년 이전에는 해마다 70억원 내외의 지원금을 받아 학생들을 위한 사업에 쓸 수 있었지만 직선제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교육역량강화사업 등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대학사회를 옥죄어 왔다고 한다. 사립대보다 등록금을 훨씬 적게 받는 국립대로서는 정부 지원금 없이는 학교운영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결국 직선제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부산대의 한 교수는 총장직선제 사수를 주장하며 투신하였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 총장직선제를 쟁취한 대학이 스스로 그것을 포기하기까지 감당해야 했던 구성원들의 참담함은 어떠했을까.

2014년 12월 교육부의 경북대총장 임용거부에 대해 경북대 비정규교수노조는 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교육부의 총장 직선제 폐지 요구를 충실하게 따랐고, 간선제 도입 후에도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총장을 선출하기 위해 두 번의 선거를 거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구체적인 이유도 없이 총장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 제청을 거부한 것은 경북대 구성원의 총의를 무시하고 대학의 자치·자율권을 짓밟는 비민주적 행정폭력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대학 구성원이 검증하고 선출한 후보자에 대한 임용 제청을 교육부와 대통령이 ‘이유 없이’ 거부한 것은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강행하겠다는 것으로 스스로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독재를 하겠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경북대 총장임명 거부사태를 보며 필자는 1987년 6월의 어느 날이 떠올랐다. 독재에 맞서 수많은 학생·시민들이 위험을 무릎 쓰고 최루가스를 마시며 항거했던 그 날의 기억 말이다. 그러한 역사를 기리고 가르쳐야 할 교육부가 스스로 대학의 자유와 자율성을 부정하는 폭거를 보는 심정은 한없이 착잡하다. 그렇게 이룩해 온 민주주의의 역사가 참담히 무너지는 광경을 매일 목격한다. 경북대 총장 임명거부사건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속절없이 훼손당하는 수많은 일화 중 하나로 보인다. 그리고 그 훼손에는 어떤 부끄러움도 없이 한나 아렌트가 주장했던 ‘생각하지 않은 죄’를 저지르는 교육 관료와 엘리트들의 무감각이 있다. 부끄럽고 아까운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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