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매력
걷기의 매력
  • 승인 2016.10.2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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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
디자인연구소장
힘든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살면서 불쑥 찾아오는 힘듦도 싫은데 그 힘듦을 일부러 찾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며칠 전 일부러 힘듦을 찾는 사람을 수 천 명 만나고 왔다. 그것도 자기 시간 내고 자기 돈을 들여서 힘든 것을 경험하는 사람들이다.

매년 10월 말경이면 경주에는 175리 신라의 달밤 걷기대회가 열린다. 15회를 맞이하는 걷기 대회는 30km코스와 66km코스가 있다. 본인은 2014년에 처음 참석하여 2016년 현재까지 3년째 참석을 하고 있다. 처음 필자에게 걷기대회를 알려준 이는 부모교육을 통해 인연이 되어 이제는 형 동생으로 친하게 지내는 동생이었다. “이번 경주에서 30km 걷기대회 참석하려는데 같이 하시죠?” 그냥 시쳇말로 “그러지 뭐”했던 것이 화근이 되어 어느 순간 속된 말로 ‘빼도 박도 못하게’반 강제로 참석하게 된 걷기 대회. 처음 그 친구가 30km를 걷는 다고 했을 때 나는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먼 거리를 걷는단 말인가 싶었다. 그 거리는 필자 생각으로는 사람이 걷는 거리가 아니었다. 그건 남자들이 군대 가서 어쩔 수 없이, 정말 어쩔 수 없이 행군을 하면서 걷게 되는 일생 중에 딱 한 번만 경험해보면 되는 것이었다. 본인이 찾아서 그 길을 걸을 거라곤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사실 처음 반강제로 신청하게 될 때도 반신반의였다. ‘중간에 가다가 힘들면 그만 두면 되지 뭐’하면서 나를 적당히 달래면서 참석한 걷기대회. 행사장에 참석하고 정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자기만한 가방을 둘러메고 단체로 전라도에서 참석을 하였고, 나이가 지긋한 60을 넘은 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참석을 했고, 철없고 힘든 걸 싫어할 거라고만 생각했던 중·고등학생들이 단체로 참석을 했던 것이다.

걷기는 참 공정해서 좋다. 나도 한 발. 너도 한 발. 딱 내가 옮긴 발걸음만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부자도 한 발, 가난한 사람도 한 발이다. 여자도 한 발. 남자도 한 발이다. 많이 배웠건 못 배웠건 딱 자신이 내딛은 발걸음의 수만큼 앞으로 나간다. 그래서 좋다. 걸을 수 있는 신체적 조건만 있다면 누구나에게 공정하다. 비싼 신발을 신었건 그냥 값싼 운동화를 신었건 모두가 한 걸음씩 나아간다. 물론 값비싼 운동화가 착용감도 좋고 쿠션도 훨씬 좋을지 모르나 비싼 운동화를 신었다고 두 배로 빨리 걷게 되는 기적은 없다. 한 발 내딛은 만큼 딱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요즘 젊은이들이 겪는 좌절은 불공정한 경기에서 비롯된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성공과 실패가 정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금 수저, 흙 수저란 말이다. 출발 선상에서부터 이미 기울어진 경기장이다. 아무리 노력 해봐도 흙 수저가 금 수저를 따라 잡기는 하늘의 별을 따기보다 어렵다는 것을 젊은이들이 느끼고 있다. 그리고 미리 좌절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그런데 걷기는 모두에게 공정해서 참 좋다. 걸으면서 또 하나 깨달은 것은 계속하는 것의 힘이었다. 아무리 더디고 느리게 가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멈춰 있지 않고 걷고만 있다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최종 목적지를 정해두고 그냥 묵묵히 한발 한발 내딛다 보면 어느새 이전보다 앞으로, 자신의 목표지점에 조금씩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이다. 매일 하면 힘이 된다고 했다. 감사를 매일하면 감사의 힘이 생기고, 운동을 매일하면 몸에 힘이 생기듯이 말이다. 욕도 매일하면 늘게 된다.

걷기가 좋은 것은 알게 되었지만 지치지 않고 계속 걷기운동을 유지시키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어느 날 밤길을 걷다가 번쩍하고 떠오른 아이디어는 걸을 때 마다 돈을 적립하는 것이다. 즉, 1km걸으면 1천원을 적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적립한 돈은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하나하나 실천해 보는 것이었다. 작년에 시작된 걷기를 하면서 적립한 돈으로 이번 여름 유럽여행도 다녀왔다.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걷는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걷는다. 이제 필자에게 걷는다는 것은 힘듦이 아니라 설레임으로 바뀌었다. 걷는다는 것은 건강을 저축하는 것이고 나의 꿈을 저축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이 걸을수록 오래 걸을수록 더 신난다. 꿈이 하나씩 완성되어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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