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初審)으로 돌아가자
초심(初審)으로 돌아가자
  • 승인 2016.11.08 09: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
디자인연구소장
‘감정 나라’에는 ‘쾌락’이란 친구가 살고 있다. 오늘은 이‘쾌락’이란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쾌락’을 처음 만나는 사람은 모두 한 결 같이 그에 대해서 좋은 말을 한다. 외모도 깔끔하고 잘 생겼으며 가지고 있는 매력도 많아 처음에는 모두가 그에게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를 매력적이다 생각하는 사람은 적어지고 그는 인기 있는 사람에서 멀어진다.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와의 만남을 지겨워한다. 그를 아는 사람이 그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미지는 ‘지겹다’ ‘식상하다’는 말이다. 도대체 ‘쾌락’이는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도 위와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남녀가 처음 만나 사랑을 할 때, 처음에는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짜릿하고 흥분된다. 하지만 그 짜릿함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즐겁지 않고 이제는 연인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어느 날 서로에게 고백을 하고 연인사이가 된다. 사랑을 확인한 순간, 온통 세상이 핑크빛이다.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그 어떤 것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사로잡힌다. 사랑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에 밥을 먹지 않아도 행복하다. 근데 이것도 얼마 가지 않아서 곧 적응된다. 이제는 그와 만나 손도 잡고 데이트도 해보고 싶다. 그래서 용기 내어 길을 걷다가 은근슬쩍 손을 잡게 된다. 손끝에서 전해져 오는 따뜻함과 짜릿함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에 빠지게 한다. 평생 손만 잡고 있어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손잡는 것은 더 이상 그들에게 감흥을 주지 못한다.

필자가 처음 강의를 했을 때가 생각난다. 포항에 있는 A전문대학에서 2학점짜리 강의를 해줄 수 있냐는 연락이 왔다. 2시간이라. 어떡하지? 1시간 30분가량 차를 타고 왔다 갔다 하면 왕복 3시간, 수업 2시간, 합이 5시간. 그리고 왕복 유류 비, 톨게이트 비. 생각만 해도 너무 안 좋은 조건이다. 그래서 강의 제의를 거절했냐고? 아니 바로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바라던 대학 강의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대학에서 강의를 할 수 있다는 그 사실 만으로도 행복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위와 비슷한 조건으로 강의 의뢰가 오면 고민을 할 것 같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거절 할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대학교 강의 경력이 11년째다. 그때처럼 동일한 조건의 강의제의는 지금 나에게는 매력적인 자극이 되지 못하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쾌락은 이렇듯 적응이 잘된다. 한번 주어진 쾌락의 강도는 이내 익숙해져 자극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더 큰 자극이 없으면 그것은 자극이라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이전보다 더한 자극을 찾게 되는데 그것이 내성이다. 즉, 내성은 이전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더 강한 자극을 주어야 하는 상황을 이야기 한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약발 받지 않는다.”는 말이 그 뜻이다. 약도 많이 먹게 되면 어느 순간 우리 몸은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약의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약도 너무 자주 먹으면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자녀들을 훈육할 때도 야단이나 체벌을 너무 자주 하게 되면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어떤 강한 자극(쾌락)은 잘못하면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독(毒)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심리학에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현상이라는 말이 있다. 이 현상은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계없이 행복을 느끼는 점은 그 일이 있은 후에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위에서 필자가 설명한 쾌락의 적응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래도록 즐거움을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초심(初審)을 점검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새 해 첫날에 가진 기대와 다짐의 그 첫 마음. 처음 학교를 가고, 처음 직장을 출근하던 그 첫 마음. 아침 마다 첫 마음을 점검하고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오늘을 산다면 우리 삶은 매일 매일이 즐겁고 행복으로 가득하리라 생각한다. 현재(Present)가 바로 선물(Present)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