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키워드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키워드
  • 승인 2016.11.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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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대학에서 객관식 시험으로 아이를 뽑던 시대에는 이 아이가 문제집을 달달 외워서 시험을 잘 본 것인지, 정말 똑똑해서 시험을 잘 본 것인지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객관식 시험은 능력 있는 인재를 찾아내는 지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대는 더 이상 객관식 문제를 잘 푸는 모범생을 원하지 않는다. 사회는 뛰어난 창의력과 커다란 가능성을 가진 인재를 원한다. 이 인재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의 대학이 수능에 의존하는 정시비중을 점점 줄이고 아이의 다양한 가능성을 평가하는 수시체제로 진화한 것이다.

지금 입시는 아이의 점수를 보는 시험이 아니라 아이의 가능성을 보는 시험이다. 입시는 정부정책에 따라 매년 변하겠지만 아이의 가능성과 역량을 평가하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오해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입시에 필요한 가능성과 역량이 학원에서 키워진다는 오해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문제풀이에 필요한 스킬의 일부는 학원에서 갈고 닦으면 좋아지는 것도 있다. 하지만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킬’이 아니다. 현 입시는 아이의 생각과 태도를 알고 싶어 한다. 입학사정관들이 열심히 아이의 ‘학생부’를 들여다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이는 자신의 고등학교 생활지표인 학생부와 면접을 통해 자신이 가진 가치관과 태도, 창의적 사고를 대학에 보여줘야 한다. 이게 당락의 열쇠다.

그런데 이 가치관과 창의적 사고는 절대로 학원에 쪼그려 앉아서는 키워질 수 없다. 창의력은 아이가 자신의 환경에서 많은 자극을 받고, 그 자극을 통해 자유롭게 사고할 때 만들어진다. 삶을 바라보는 가치관은 가정에서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시는 학원에서 다 알아서 해주니까 믿고 맡길만한 좋은 학원에 보내고 있다고? 천만에, 절대 학원이 그런 일을 대신해줄 수는 없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강사도 아이의 창의력과 가치관을 책임질 수는 없다. 창의력과 가치관은 자신의 생활 속에서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와 손잡고 숲 속을 걸으며, 나무들과 풀들이 각자 어떻게 자신을 보호하고 살아가는지를 눈으로 보고 직접 만져보면서 창의력이 싹튼다. 이렇게 알아낸 사실들을 집에 와서 책으로 확인하고, 이를 통해 더 깊은 지식을 습득하고, 그 사이에서 생긴 의문들에 대한 수많은 질문과 답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생긴다. 이런 과정 없이 학원에서, 학원 선생님이 다 알아서 해주겠지 생각한다면, 아이가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은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 아이들은, 아이의 가능성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더욱 늘어난 입시를 만나게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인생의 성공을 담보해주지는 않는다.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성공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나 역시 내 아이가 “엄마, 저는 머리 만지는 게 적성에 맞아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미용사가 될래요.”라고 한다면 그러라고 할 것이다. 아이가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다니 같이 기뻐할 일이다. 그럼 미용사가 될 아이에게나 축구선수가 꿈인 아이에게는 창의력이나 자기만의 가치관이 필요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미용사가 되어 손님의 머리를 만질 때 어떻게 하면 손님과 어울릴지 창의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손님과 트러블이 생겼을 때 손님을 설득시키는 논리력도 필요하다. 어떤 미용사가 되어 어떻게 성공하겠다는 인생의 마스터플랜은 아이의 가치관이 결정한다. 머리 자르는 기술만 좋다고 좋은 미용사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어떤 남자가 여자에게 프러포즈하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자신의 삶에 대한 비전을 설명하며 자신과 평생을 함께 하자고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여자가 남자와의 결혼을 결심할 것이 아니겠는가? 낭만만이 존재할 것 같은 이 순간에도 아이의 가치관이 필수다.

이처럼 우리 인생의 매순간, 중요한 선택의 상황을 만날 때마다 필요한 것이 그 사람의 창의력과 가치관이다. 그러므로 만일 우리가 아이들에게 창의적인 사고력과 스스로의 미래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삶의 자세를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다면, 그래서 우리의 아이들이 이 막강한 힘을 가지고 일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이건 몇 억짜리 아파트를 유산으로 남겨주는 것보다 훨씬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니 학원에 아이의 미래를 맡기지 말고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자. 창의적 사고와 좋은 가치관은 화목한 가정에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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