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신드롬과 리플리 증후군
스톡홀름 신드롬과 리플리 증후군
  • 승인 2016.11.21 09: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우미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스톡홀름 신드롬(Stockholm Syndrome)은 인질사건에서 인질로 잡힌 사람들이 인질범들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되어 자신들을 볼모로 잡은 범인들을 지지하고 오히려 보호하려고 하는 심리현상을 말한다.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은행에 침입한 4명의 무장강도가 은행 직원들을 볼모로 잡고 6일간 경찰과 대치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 인질들이 오히려 범인들을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여 자신을 위해하려는 가해자를 비난하기보다 호감을 갖고 동정하려는 심리를 스톡홀름 신드롬으로 명명하였다.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동이 있었을 때 정의당 노회찬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윤회문건을 찌라시 운운하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스톡홀름 증후군을 앓고 계신 것은 아닌가 라는 의문을 제시 했다. 자신을 위험에 빠트리는 사람들을 단죄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두둔하고 보호하려 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쏟아져 나온 보도들을 보면 최순실 국정농단의 뿌리가 된 최태민은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무수한 비리와 부정축재를 일삼았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진실을 보려하기 보다 최태민을 두둔하기에 급급했고, 급기야 2대에 걸쳐 권력형 비리와 부정축재로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는 형국을 자초했다. 도시게릴라에게 납치되었다가 자신도 게릴라가 된 언론재벌 허스트의 딸 패티 허스트처럼 최근의 보도들을 보면 박근혜대통령도 이제는 그들과 한통속이 되어 비리의 몸통이 되었다.

한편 박 대통령에게서 리플리 증후군을 보는 시각도 있다.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하는 용어이다. 정신과의사인 서천석 행복한 아이 연구소장은 박근혜대통령이 “모두가 받드는 존재로 살기를 원해왔고 스스로 그럴 만 하다고 믿었을 것“이라며, ”거짓 자기를 스스로 자기라 믿으며 마음의 평화를 지켜가는 리플리 증후군과 비슷해 보인다“. (환자와의) 결정적인 차이는 리플리 증후군처럼 적극적으로 자기와 주변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서천석소장은 아마도 박근혜대통령의 신분으로 인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지만 사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위기 때 마다 거짓으로 일관했다. 세월호유가족에 대해 그러했고, 비선의 문제나 언론통제에 대해서도 그러했다. 최근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한 두 번의 대국민사과도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일말의 민망함도 없이 전 국민 앞에서 금방 탄로가 날 거짓을 공표하는 대통령을 보면 거짓으로밖에 살아갈 수 없는 리플리 증후군의 인생을 보는 듯하다.

오래된 의존은 마치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처럼 박 대통령이 자신을 등에 업고 엄청난 부당이익을 취한 최태민일가를 두둔하며 모두가 받드는 존재로 살고 싶은 대통령 자신의 욕망을 충족해 왔는지 모른다. 스톡홀름 신드롬과 리플리 증후군의 절묘한 조합이다. 박 대통령에게 묻지마 몰표를 주었던 지역민이나 노년층에게도 스톡홀름 신드롬의 정서가 보인다. 자신들을 착취하고 기만하는 세력들을 두둔하고 보호하려 하며, 그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그와 같은 정서가 느껴지는 것이다. 스톡홀름 신드롬은 현실에 대한 왜곡된 인지로 이어진다. 박 대통령을 지지한 국민들의 스톡홀름 신드롬 정서는 박 대통령의 리플리 증후군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왜곡된 인지는 대통령의 참모습을 가렸다. 그 기반 위에 대통령은 상습적으로 국민들을 기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 토요일 대구 동성로에는 최대의 인파가 박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모였다. 박 대통령에 대한 미망에서 깨어난 시민들의 분노가 가득했다. 주권자의 권리를 외치는 함성은 한편 박 대통령의 참모습을 직시하지 않았던 우리들의 어리석음에 대한 성찰의 함성이어야 한다. 거짓으로 국민을 박해하는 무리들을 받들며 저항하지 않았던 우리들의 의존성이 그 거짓을 더 키우며 다시 우리들에게 불의의 부메랑으로 돌아왔음을 깨닫는 것, 길거리의 함성은 그 깨달음과 성숙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