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를 잊어버린 우리
제자리를 잊어버린 우리
  • 승인 2016.11.2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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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블록버스터 영화관도 아니고 스포츠 중계나 퍼포먼스 공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광화문 광장의 밤이 뜨겁다. 최순실사태로 인해 부글부글한 민심이 끓어 넘쳐 연일 사람들이 늘어나는 촛불집회가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이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늘어난다. 사과로는 부족하다며 책임을 지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가운데에는 무엇 때문에 집회를 하는지 그 본질이나 이해하고 나왔을까 하는 의구심이 돋게 하는 앳된 학생들이 보인다. 중고생연대라는 이름도 낯설지만 어린 이들은 누구는 매일 출석하고 잠 못 자고 공부하는데 누구는 출석일도 채우지 않고 일류대학에 입학했다며 그 불공평함이 불만으로 표출되어 중고생을 동원한 모양이다. 참여 동기야 여러 가지 루트가 있겠다 싶지만 그들이 들고 나온 구호를 보면 가관이다. ‘중고생이 앞장서서 혁명정권 세워내자’ 이것이 무슨 말인지 알고 주장하는 것일까. 전국중고등학교 총학생회연합, 중고생혁명추진위원회 등 어디서 보고했는지 기성세대와 유사한 단체명과 자극적인 구호가 보인다. 아직 자신의 완성도 하지 못한 아이들이 혁명정권이란 말을 사용하며 정치판에 끼어들었다는 것이 그들의 온전한 의사의 완성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누군가는 아직 정체성이 모호한 이들 어린 아이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목적을 완성하고자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것도 모른 채 현혹된 아이들은 그 세대답게 열정을 다해 집회에 임하여 톡톡한 면모를 보였다.

이런 나라에서 공부해도 아무런 희망이 없다는 단정적 문구로 모두를 내려놓는 듯한 그들의 행동에 비난보다는 이러한 지경을 만들어 냈다는 기성세대의 책임감이 더 깊었다. 어찌되었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위현장은 위험한데도 불구하고 시위장인지 축제현장인지 헛갈리는 사람들이 많다. 재미없는 세상, 사람들이 모여든다니 너도나도 엉겨 붙어 소리지르고 차량을 통제한 도로 위를 걸어보는 것이 마치 무슨 체험인냥 자랑스럽게 떠벌인다. 다음 집회에 또 올 거라면서 생명부지의 사람들에게 꼭 오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무엇을 위함인가, 우리는 제자리를 잃어 버렸다. 자신의 본분을 온전히 수행하기 보다는 이슈가 되는 사건과 말 빨에 휘둘리고 있다. 혁명정권을 이뤄내겠다고 달겨든 아이들이나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줌마나 본연의 삶이 있다. 제 공부를 제대로 못하면 당연히 자신이 원하는 직업이나 목표에는 이르지 못한다. 유모차를 끌고 한밤에 나온 아줌마는 아이는 벌써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이고 차가운 밤공기에 노출되면 안 되는 것을 잊었다. 그렇게 잠깐의 자신의 궤도를 일탈한 대가가 얼마나 깊은 파장을 남길지는 누구도 모른다.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사람들을 따라 뭉치는 것이 좋아라 이리로 저리로 뭉쳐다니며 평소의 불만을 날리는 것은 어쩌면 작은 스트레스의 해소는 되겠지만 궁극적인 문제의 해소는 되지 못한다. 또한 어떠한 목적 하에 아이들마저 이렇게 이용하고 있는 배후세력은 분명 오늘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무슨 말을 하던 지금 우리의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때문에 하루아침에 확 달라지는 일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잘못된 것들은 우리 시스템 안에 절차와 과정에 따라 바로잡게 될 것이고 이렇게 보면 그렇게 흥분할 일도 되지 못한다. 고래로 이러한 일들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어떠한 형태로든 있어왔던 일이다. 다만 그 강도의 세기가 다를 뿐이었다. 무엇이든 너무 과하면 모자란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모리배에 휘둘리면 후회만 남을 뿐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나라가 이처럼 휘둘리는데 이를 진정시킬 인재가 없다는 것이다. 작은 기폭제 하나만 있어도 온 나라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또 푹 가라 앉으니 일관성도 없고 지도권이나 일개 국민이나 확 달아오르긴 마찬가지이니 기댈 곳이 없다.

눈 앞이 아닌 중장기를 보며 난관을 헤쳐나갈 냉철함이 필요한 때이다. 똑같은 시선과 감정이 아닌 저만의 사고와 다름으로 조화를 만들어 내야 함에도 생각은 없고 흥만 있으니 작금의 사태가 컨트롤이 안되는 것이다. 온몸을 다해 외치는 구호가 제기능을 발휘하려면 나라의 구성요소인 국민들이 각자 저마다의 궤도를 지키는 책임과 의무가 우선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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