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은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학원은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 승인 2016.11.2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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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던 반찬도 환불 해주는데
아이 성적도 못 올리는
학원은 왜 AS가 안 되나
책임감 없는 선생에게
아이 맡긴 건 아닌지 생각해야
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마트에서 장아찌를 산 적이 있다. 만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집에 와서 먹어보니 맛이 이상했다. 상하거나 했던 것은 아니고 내 입에 간이 안 맞고 어딘지 장아찌 본래의 맛이 안 났다. 나는 장아찌를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다음에 마트에 갈 때 가지고 가서 맛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직원이 어떻게 이상한지 물어보더니 두 말도 않고 돈을 내줬다. ‘반찬이 상한 것은 아니니까 돈을 안 내줘도 할 수 없지 뭐.’ 라고 생각했던 나는, 직원의 친절한 태도에 좀 놀랐다. 우리나라의 서비스는 이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되겠구나. 그런 생각도 했다. 우리나라의 서비스 정신은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놀랍다. 학원과 사교육업체만 제외하면 말이다.

학원이나 사교육업체는 흔히 이런 말로 엄마들을 불러 모은다. 우리 학원에 다니면, 우리 학습지를 풀면 아이가 집중력도 늘고, 창의성도 좋아지고, 문제해결력도 월등해지며 무엇보다 성적이 오른다고. 엄마는 다른 건 몰라도 성적이 오른다니까 믿고 맡겨보기로 한다. 그런데 아이의 성적은 별로 오르지 않는다. 또는 좀 오르는 듯싶다가도 다시 곤두박질친다. 엄마는 학원에 전화를 건다. “왜 성적이 이렇게 형편없이 나왔을까요?” 조심스레 묻는다. 학원 원장님은 청산유수로 대답한다. “어머니, 성적이라는 것이 그렇게 하루아침에 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몇 개월 만에 성적이 척척 오르면 누가 공부하는 것을 힘들다고 하겠습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지금은 아이의 나쁜 학습습관을 바로잡고 기초를 다시 다지고 있는 중입니다. 기초가 잡히면 곧 성적이 오를 겁니다.” 엄마는 기초를 못 잡아준 자기 자신을 원망하며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한다. 그런데 일 년이 다 지나도록 성적이 오르기는커녕 아이 입에서는 학원가기 싫다는 소리만 나온다.

엄마는 학원에 다시 전화를 건다. “아니, 성적도 안 오르고 아이는 학원이 싫다고 하니 어쩌면 좋아요. 무슨 해결책이 있어야할 것 아니에요.” 원장은 오히려 화를 낸다. “어머니, 아이 교육을 그렇게 짧은 시각으로 보시면 어떻게 합니까? 아이가 하루 이틀 공부할 것도 아닌데 어머니가 이렇게 재촉을 하시니 저희가 어떻게 확고한 교육관을 가지고 아이를 가르치겠습니까? 지금 저희를 못 믿으시는 겁니까?”

엄마는 어이가 없다. 등록만 하면 당장 성적을 올려줄 것처럼 말한 게 누군데 이제 와서 교육의 본질을 설교한단 말인가? 엄마는 열이 받아서 학원을 그만두기로 결정한다. 엄마는 학원을 끊는다. 학원은 성적을 올려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문제해결력이나 자기주도 학습능력 같은 것 역시 생겼을 리 만무하다. 학원은 약속을 어겼다. 그러나 엄마는 단 한 푼도 환불받지 못했다.

먹던 반찬이 맛없어도 환불해주는데, 삼만 원짜리 드라이기도 끊임없이 AS 해주는데 왜 삼십만 원짜리 학원, 삼백만 원어치를 보내도 환불을 안 해주는 건가? 왜 AS가 없나? 이런 무책임한 경우가 세상에 어디 있나?

그들은 어차피 환불을 안 해줄 것이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환불이나 AS는 없으므로, 무책임한 말을 잘도 한다. 책임을 안 질 건데 못할 말이 뭐있겠나? 성적을 높여주고, 지능을 올려주고,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고, 스스로 척척 공부하는 아이를 만들겠다는 말을 잘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지 않았을 때는, 우리 아이를 자신들의 커리큘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로 만들거나, 나를 자신들의 교육방침을 이해 못하는 무식한 엄마로 몰아붙이면서 판정승을 거둔다. 엄마가 거기에 대응하는 복수는 아무 말 없이 학원이나 학습지를 끊고 옆집 엄마에게 그 학원 보내지 말라고, 학습지 시키지 말라고 소문을 내는 것뿐이다. 엄마가 낸 거금을 학원이나 학습지 회사가 야무지게 먹어치웠는데 말이다.

물론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아이의 입장에서 노력하는 원장님과 학원관계자분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아이를 맡기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만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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