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은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2)
학원은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2)
  • 승인 2016.12.0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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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SKY 00명 합격!”이라는 학원 광고지를 보면서 엄마는 생각한다. ‘그래, 우리 애도 이 학원에 다니면 혹시 SKY를 가게 될지도 몰라.’

학원 마케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더 공부 잘하는 아이를 유치해서 이 아이들의 존재 자체가 학원 광고가 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교 1등을 모시려는 학원의 로비는 실로 눈물겹다. 전교 1등 집에 찾아가 아이를 우리 학원에 보내달라고 읍소하고, 학원비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며 장학금까지 제공하겠다고 하면서, 대신 가끔 아이가 학원에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한다. 전교 1등 아이들은 대부분 학원에 의지하기 보다는 자기 스스로 학습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학원에 가는 시간을 아까워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이 아이들도 자신 없는 과목이나 힘들어하는 부분은 있기 때문에 일부 도움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이 학원에 등록을 한다. 그 뒤에 그 아이가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합격하면 학원은 플랜카드를 거는 것이다.

자, 그러니 속지말자. 그 학원에 SKY 합격자가 많은 이유는 학원이 매우 우수하기 때문이 아니라 학원 원장님의 전교 1등 섭외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교육업체는 어떨까? 사교육업체는 자기 회사에서 출제한 문제를 풀면 창의력과 자기주도력이 쑥쑥 자란다고 광고한다.

그러나 창의력과 자기주도력은 문제집을 풀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런 능력들은 자신의 삶에 닥친 문제를 현실에서 해결해나가면서 생긴다. 고장난 장난감을 어떻게 고칠지를 고민하면서 이렇게 조립해보고 저렇게 고쳐보다가 장난감이 탁 작동하는 순간에, ‘아, 내가 장난감을 고쳤어.’라고 환호를 외치며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이 자란다. 자신의 계획대로 자신의 생활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낄 때도 생긴다.

8시면 들이닥칠 학습지 선생님에게 숙제 안했다고 혼날까봐, “또 학습지 밀렸냐!”는 엄마의 잔소리가 무서워 마지못해서 문제집을 들여다보고 있어서는 절대로 이런 게 생길리가 없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이런 사교육업체들의 문제가 일반 문제집과 큰 차이점도 없다는 것이다. 만 원짜리 문제집이나 10만 원짜리 학습지나 문제의 수준은 다 거기서 거기다. 초중등 교과 과정 안에서는 특별히 다른 문제를 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사교육업체의 로고가 팍 찍힌 학원 교재를 볼 때 엄마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그래, 좀 비싸지만 그래도 뭐가 달라도 다를 테니 어떻게든 이 학습지가 우리 아이 성적을 올려주겠지.’ 그래, 그 아이는 세련된 로고가 박힌 교재를 푼다. 그리고 가끔 레벨 테스트나 발달 분석표 같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 그래프가 쭉 적힌 종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게 다다. 엄마가 하는 일은, 안 그래도 돈 많은 사교육업체의 자산규모 증식에 지대한 도움을 주고 있는 것뿐이다.

‘학습’은 ‘스스로 배우겠다는 각오’에서 시작한다. 그렇다. ‘배운다’는 행위에는 ‘스스로’라는 전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억지로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는 ‘학습’이 재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아이들은 어떤가? 자발성은 결여된 채 엄마의 강요와 학원숙제라는 부담으로만 공부를 만난다. 그래서 우리나라 아이들이 갈수록 공부를 싫어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공부 재능이 뛰어난 아이라 해도 ‘하기 싫다’는 마음이 생기면 공부를 잘 할 수는 없다. 싫어하는 것을 잘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 닦달하고 자꾸 학원으로 내모는 이유의 대부분은 엄마들이 가진 ‘불안’ 때문이다. 그런데 불안을 파는 것은 대부분 사교육의 마케팅 방식이다. 초등학교 때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중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지금 앞서가지 않으면 아이의 인생이 뒤처지는 것처럼 엄마들을 불안하게 만들어야만 겁먹은 엄마들이 학원에 등록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속지말자. 지금 더 많이 해야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 스스로 하겠다는 마음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진짜 공부를 하는 아이가 되는 방법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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