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를 위한 변명
페미니스트를 위한 변명
  • 승인 2016.12.0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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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미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역대급 삥땅, 멘붕 쎄뇨리땅

하도 찔러대서 얼굴이 빵빵

빽차 뽑았다 널 데리러가 빵빵

다왔어요 잘들어가요 깜빵

이 잔당 몽땅 쓸어담아 깜빵

잘가요 miss(take) 박 쎄뇨리땅


최근 여성혐오 논란으로 광장의 공연에 오르지 못한 DJ DOC의 ‘수취인 분명’ 가사의 일부분이다. 박근혜정권의 부정과 부패, 이를 적극 방조하거나 비호한 집권여당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미 보도된 사실들을 기반으로 한 입에 착착 달라붙는 가사는 속이 뻥 뚫리게 시원하다. 여성에 대한 통념을 제대로 성찰하지 않으면 DJ DOC ‘수취인 분명’은 직설적 언어로 정권을 정면 비판한 용기 있는 랩이다. 그래서 그런지 DJ DOC의 ‘수취인 분명’이 여성혐오적 표현을 담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검열적 발상’이라는 반발 또한 크다.

주간경향의 박은하 기자는 SNS를 통해 여성혐오에 대한 비판을 ‘검열’로 호도하는 지식인사회의 비판은 아직 우리사회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시민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권김현영교수의 주장을 전했다.

노동당 여성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논평에서 ‘수취인 분명’의 가사가 내포한 여성혐오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새누리당을 세뇨리타와 합성한 ‘쎄뇨리땅’으로, 박근혜를 ‘미스 박’으로 호명하는 것은 미혼여성을 발화자보다 권력관계의 아래에 있는 ‘처녀’를 얕잡아 부를 때 사용된다. ‘하도 찔러대서 ‘빵빵’과 ‘빽차 뽑았다. 널 데리러가 빵빵’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여성의 이미지에 기대고 있다. 대통령이 세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 특히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던 7시간 동안 시술이 이뤄졌음이 의혹으로 제기된 것은 명백한 비판의 대상이다. 그러나 여기서의 비판은 그의 공적인 능력의 부재와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지지 못했다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한 여성은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스 박’이라는 ‘수취인 분명’의 표현이 자신의 직장에서 ‘미스’로 불렸을 때의 불쾌한 기억을 떠올린다며 여성혐오에 대한 비판을 지지했다.

분명 ‘미스’라는 호칭은 같은 조직의 동등한 동료라는 느낌보다는 무언가 보조적 역할을 하는 존재이거나 언제나 지시를 받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더 강한 것이 사실이다.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언론에 최초로 알려졌을 때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근혜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최순실을 ‘강남 아녀자’로 표현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혼한 여성을 비하적으로 표현하는 ‘아녀자’라는 용어를 사용해 최순실을 비판하면서 사실상 결혼한 여성 전체를 비하한 것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필자도 실제 배울 만큼 배운 남성의 입에서 군 생활경험이 없는 여성이 대통령을 해서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아연실색을 한 적이 있었다.

박근혜대통령의 무능을 간파하지 못한 국민의 무능과 국가시스템의 부재, 재벌과 권력, 언론이 한통속이 되어 국민을 기망할 수 있었던 우리사회의 토대에 대한 근원적 성찰보다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것에서 이유를 찾는 참으로 전근대적 발상이다. 그리고 이것은 또 다른 민주주의의 적이다.

DJ DOC는 ‘수취인 분명’의 여성혐오적 표현에 대한 여성주의자들의 반발을 받아들이고 광화문광장의 공연을 취소했다. 사이다 같은 속 시원한 가사를 성차별적 통념에 대한 성찰이 결여된 표현으로 인해 광화문에서 들을 수 없었던 것이 조금은 유감이기도 하다. 그러나 비판을 수용하고 공연을 포기한 DJ DOC도 지지하고 싶다.

관습화된 언어를 깨트리는 것은 당장의 불편감을 준다. 여성을 비하하고 폄훼하는 관습에 기반한 언어는 낡은 집이다. 존중과 공존의 언어를 찾아가는 불편함을 견디는 성숙함만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성숙함으로 우리는 광장에 모여 우리가 완성하지 못했던 진정한 시민사회, 모든 성이 평등하게 참여하는 민주주의 혁명의 진정한 완성을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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