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미학(美學)
아픔의 미학(美學)
  • 승인 2016.12.0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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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 디자인연구소장
“아프다.” “마음이 아프고 몸이 아프다.”

SNS를 보다 보면 온통 아픈 사람의 이야기로 넘쳐난다. 그래서 오늘은 아픔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아픔. 우리에게 해(害)만 될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돌아보니 아픔이 내게 선물이었다. 아픔을 통해 나는 성숙했고, 아픔을 통해 내 삶은 익어갔다. 아픔의 순간들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천지 모르는 ‘천둥벌거숭이’가 되어 세상을 살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아픔’은 참 고마운 단어다. 이런 고마운 아픔은 아무나에게 주지 않는다. 신이 쓰려고 하는 사람에게 특별히 주는 것이다.

조개 속에서 아름다운 진주가 탄생한다. 하지만 진주의 시작은 아픔이었다. 조개 속에 모래나 이물질이 들어가게 되면 몸에 상처가 생기게 되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 진주가 되는 것이다. 결국 아픔을 진주로 만드느냐, 고름이 되게 하느냐는 조개 자신의 문제다. 그래서 아픔을 축복으로 생각하는 것도 불행으로 생각하는 것도 순전히 각자의 몫이다. 그래서 상담을 하면서 특별한 경험의 아픔을 가진 사람들에게 해주는 말이 “신이 특별히 사랑하시나 봐요. 해야 할 큰 일이 있을 듯해요. 그것이 무엇인지 한번 찾아 봤으면 합니다.”라고 다소 듣기 껄끄러울 수 있는 얘기를 해준다. 알아듣는 사람은 알아듣는다. “무슨 소리냐, 약 올리나”고 한다면 더 이상 할 얘기는 없다. 그건 그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아픔에 대해 필자가 왜 이렇게 의미를 두느냐하면 아픔이 우리 삶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아픔이 아픔은 철저히 혼자의 것이다.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아픔의 순간은 철저히 혼자의 시간이다. 엄마도, 사랑하는 연인도 대신 해줄 수 없는 혼자만의 시간이다.

사람은 언제 성장을 할까? 필자는 혼자일 때라고 생각한다. 남과 함께 있을 때는 든든하기는 하지만 제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지는 못한다. 타인의 불빛과 타인의 웃음소리가 자신 것과 섞여 착각을 일으킨다. 그 빛이 내 것 인줄, 그 웃음이 내 것 인줄.

혼자 있어보라. 그 때 자신의 모습을 보태지도 않고, 빼지도 않고 볼 수 있다. 이 아픔의 순간이 바로 홀로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신이 사람을 크게 사용하려 할 때 제일 먼저 그 사람을 외롭게 한다고 했다. 즉, 자신의 민낯을 보게 하는 것이다. 가면을 벗고 화장을 지우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될 때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그 외로움의 순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게 된다. 자신에 대해서 진정한 이해가 있고 난 뒤에 사람은 사용되어진다.

손자병법 모공편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나온다. 자신과 상대방의 상황에 대하여 잘 알고 있으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자신을 안다는 것. 그것은 우리 삶의 가장 우선해야 할 과제다. 자신과 남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자신을 알면 남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알기 위함이다. 그 학문을 통해서 자신을 알고 자신을 확장하기 위함이다. 반면 자신의 이해보다는 타인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항상 타인을 평가하기 바쁘다. 그래서 배우면 배울수록 옆에 있는 사람들이 불편하다. 평가하고 비평 하려고만 하니 같이 있는 사람이 불편해 한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네 자신을 알라”고 했다. 그 말인즉, 세상 어떤 것보다 너를 아는데 집중하고 자신에게 가장 맞는 색,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숨,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삶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침이 밝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건 까만 밤의 어둠 덕분이고, 봄이 따뜻하다고 느끼는 것도 차가운 겨울바람 덕분이었다.

‘아픔’.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선물’ 같아서 참 고마운 단어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아픔을 잘 가꾸어 값비싼 진주로 만들어 보시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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