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생각은 어떨까 - 千樹萬草皆吾師이나니
까마귀 생각은 어떨까 - 千樹萬草皆吾師이나니
  • 승인 2016.12.0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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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우리 인식과 달리
영리하고 책임감 강한 새
대상의 한 면만 평가 말고
두루 살펴 배울 점 찾아야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바야흐로 시골에 가면 까마귀를 많이 만날 수 있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이 무렵 까마귀들은 마을 근처로 많이 몰려옵니다.

추수를 마친 콩밭에 내려앉아 어쩌다 떨어진 콩알을 줍기도 하고, 수레가 지나간 길에 떨어진 벼 낟알을 쪼아 먹기도 합니다. 우리의 옛이야기에서 까마귀는 어쩐지 기분 나쁜 새로 많이 나옵니다. 까마귀들이 가끔씩 죽은 개나 고양이 등이 버려진 곳에 모여들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거기다가 검은 털빛에 반들거리는 매서운 눈빛 또한 한 몫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외국의 많은 관찰에 따르면 까마귀는 매우 영리하고 책임감이 강한 새라고 합니다.

몇 해 전 국내에 방송된 영국 BBC 자연다큐멘터리 ‘새의 일생’에서 보여준 까마귀의 행동은 매우 놀라웠습니다. 칼레도니아 지방 숲속에서 살아가는 이 까마귀들은 나무 껍질 속에 숨어버린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껍질 둘레를 쪼거나 막대로 구멍을 휘젓기도 합니다. 벌레를 화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윽고 몹시 화가 난 벌레는 까마귀가 가만히 밀어 넣는 막대를 물고 맙니다. 자기를 괴롭힌 것이 바로 이 막대라는 생각을 해서일 것입니다. 그러면 까마귀는 서서히 막대를 꺼내어 끝에 달려있는 벌레를 잡아먹는다고 합니다. 이로써 침팬지에 이어 까마귀도 낚시를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낚시는 고도의 심리전입니다. 상대방을 교묘한 방법으로 속여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일본에 사는 까마귀는 단단한 호두를 깨어먹는 데 자동차를 이용한다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까마귀는 호두를 주워 이리저리 굴리면서 냄새로 보아 매우 고소한 알갱이가 들어있을 것이지만 부리로 쪼아서는 도저히 꺼내 먹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윽고 까마귀는 호두를 물고 전깃줄에 올라가 시멘트 바닥에 떨어뜨려 봅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호두가 깨어지지 않습니다.

한참 생각하던 까마귀는 호두를 물고 차(車)가 달리는 도로로 나갑니다. 도로 가장자리에 호두를 떨어뜨리고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립니다.

마침내 호두가 부서지면 까마귀는 좌우를 살핍니다. 붉은 신호등이 켜지기가 무섭게 도로로 내려앉아 호두 속을 쪼아먹고는 차가 오기 전에 다시 날아오릅니다.

그러니까 이 까마귀들은 차바퀴의 위력뿐만 아니라 교통신호 체계까지 학습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몇 해 전 죽은 동료 옆을 몇 번이나 찾아와 지키다가 떠나는 까마귀의 모습이 담긴 해외 동영상이 많은 사람들을 감동하게 한 일이 있습니다.

이 까마귀는 자신의 짝으로 보이는 까마귀가 죽음을 맞게 되자 부리로 흔들어보기를 여러 번 하다가 도저히 살아날 가망이 보이지 않자 어디론가 날아갔습니다. 모르기는 해도 그 까마귀는 죽은 까마귀와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피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솝 우화에도 항아리 바닥에 고인 물을 마시기 위해 궁리하던 까마귀가 돌을 물어넣어 물을 위로 올라오게 한 다음 마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역시 까마귀의 영리함을 말해줍니다.

야생동물 관찰기로 유명한 작가 어니스트 시이튼은 ‘은점박이’라는 늙고 영리한 까마귀 이야기를 통해 ‘까마귀는 조직의 가치를 알고 있으며 인간 사회보다 더 많은 훈련을 받고, 실제로 돌아가며 당번을 서고 전쟁을 치르며 서로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책무를 다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천(千) 그루의 나무와 만(萬) 포기의 풀이 모두 다 나의 스승이다(千樹萬草皆吾師).’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나무와 풀 또한 우리의 스승이듯이 이 세상의 모든 새들 또한 우리의 스승인 것입니다. 똑같은 까마귀이지만 우리는 흉조(凶鳥)로 보고, 일본에서는 대단한 길조(吉鳥)로 봅니다.

어느 한 면만 보지 말고 양면을 두루 살펴 좋은 점을 발견하는 지혜를 길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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