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전은 언제부터 읽어야 할까?
위인전은 언제부터 읽어야 할까?
  • 승인 2016.12.1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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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위인전을 언제부터 읽히는 것이 좋겠냐는 학부모님들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그 이전에 먼저 선행되어야할 질문이 있다.

우리는 왜 위인전을 읽히려고 할까? 우리가 아이들에게 위인전을 읽으라고 하는 이유는,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위인이 이룩한 위대한 업적을 알려줘 아이가 그 위인을 멘토로 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초등 저학년은 다른 사람의 삶을, 내 삶의 의미로 받아들일 만한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일까?

‘인지발달 단계’를 발표하여 아동 이해에 획기적인 기여를 한 피아제에 따르면 ‘구체적 조작단계’에 해당하는 7세에서 11세까지의 아이들은 ‘논리적인 사고가 조금씩 생성되기는 하나 이 사고 과정은 자신이 관찰한 실제에만 국한’되어 있는 단계다. 즉 이 나이의 아이들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 이외에는 인지할 능력이 없다.

그러니 초등 저학년 아이에게 “너는 세계평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라든가 “미래에 이 나라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싶니?”라고 묻는다면 이것은 물음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시기는 위인전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 ‘인생의 목표’, ‘성취’, ‘박애’ 같은 추상적인 언어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시기도 아니다. 이런 추상적 언어들은 ‘형식적 조작단계’인 11세~15세는 되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초등 저학년 아이에게 위인전은 애초부터 이해할 수 있는 책의 장르가 아니다.

물론 “우리 아이는 1학년인데 위인전을 잘 읽는데요?”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일부 발달이 빠른 아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아이는 지금 위인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림이나, 스토리 등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읽는 중일 것이다. 위인전을 읽으면 엄마가 뿌듯해 하니까 엄마 마음에 들기 위해서 억지로 읽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위인전을 읽는 원래의 목표, ‘위인을 이해하고 그의 삶을 본받게 하려는 의도’에는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위인전에는 한 가지 중요한 문제점이 있는데, 그것은 형식이 매우 전형적이라는 사실이다. 모든 위인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아이들이 읽는 위인전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먼저 한국 위인들은 무조건 공부를 잘한다. 천자문과 소학을 5살에 다 읽어 온 동네에 신동 소리를 들은 것은 물론이고 효심이 지극했으며 형제간에 우애가 깊어 타의 모범이 되는 천재, 신동 위인들이다. 이것은 ‘잘될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우리의 정서에 기인한 것이다.

이런 위인전을 읽으며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래, 나도 이렇게 천재적으로 공부를 잘해서 위대한 사람이 되어야겠어!’라고 각오를 할까? 이런 위대한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고, 2학년인데 구구단도 잘 못 외워 야단맞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며 좌절을 느끼지는 않을까?

다음으로 외국의 위인들은 하나같이 문제아들이다.

어찌나 말썽을 부렸는지 공부를 너무 못해서 학교에서 쫓겨나기 일쑤고 달걀을 품고 있질 않나 집에 불도 내고 하여간 말썽이 기상천외하다.

이렇게 말썽을 부리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깜짝 놀랄 세계적 위인이 된다.

이것은 ‘아메리칸 드림’을 위대하게 생각하는 외국 사람들의 정서에 기대어있다. 역시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들이다.

위인들의 삶은 그렇게 전형적이지 않다. 다양한 삶의 굴곡이 그들의 인생에는 가득하다. 그저 초등 저학년이 읽도록 너무 짧게 줄이다보니 뻔해졌을 뿐이다. 어린 아이들이 읽는 위인전일수록 내용은 더욱 정형화 된다.

정형화되어 있다는 것은 ‘재미없다, 감동적이지 않다.’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위인전이 재미없다.

특히 어릴 때는 위인의 행동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니 더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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