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을 기억하다
4·16을 기억하다
  • 승인 2016.12.1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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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미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부엌에 달린 작은 티브이로 KBS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벌써 2년 하고도 10개월이 더 지난 일이다. 그러나 그날 아침 보았던 뉴스를 분명히 기억한다.

2014년 4월16일 아침의 일이다.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라는 배가 사고가 났고 인근에 있던 미 군함 본험리처드함이 사고현장으로 가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필자가 아침상을 차리는 시간은 7시 20분으로 거의 일정하다. 따라서 그날 아침밥을 준비하는 시간에 본 세월호 사고 소식은 늦어도 8시 이전이다.

그러나 정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세월호 사고 시각을 8시 50분이 넘은 시각으로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그날 아침 보도된 세월호 사고 소식은 KBS게시판에서 사라졌다. 본험리처드함을 비롯해 많은 구조세력의 구조를 막은 궁극적 주체가 누구인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 날 이후 세월호는 하루도 필자의 관심을 떠나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언론은 눈에 보이는 거짓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는 정부에 대해 비판은커녕 거짓의 나팔수가 돼 진실을 은폐하는 부역자가 됐다. 진실을 전하고자 하는 언론인은 보복 당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필자는 여러 대안 언론에 정기후원을 시작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언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다시 절감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의 진상도 JTBC 보도를 통해 비로소 전 국민들 앞에 알려지게 됐다. JTBC 보도는 수백만 촛불의 도화선이 됐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수백만 촛불의 힘으로 박근혜대통령의 탄핵은 가결됐다. 뒤집어진 세월호 안에서 국민들의 생명이 풍전등화에 놓여 있을 때 생명구조의 골든타임 7시간 동안 대통령의 행적이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세월호국정조사에서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김기춘은 태연하게 대통령이 그 시간에 어디 있었는지 모른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해 유가족과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최근에 공식적으로 밝혀진 사실은 참사 당일 오후 박근혜대통령은 전용미용사를 불러 올림머리를 했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생목숨이 죽어 가는데 올림머리라니! 다섯시 십오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세월호의 승객들이 아직 배 속에 갇혀 있는데도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는 뜬금없는 소리로 국민을 경악케 했다.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은 아직도 베일 속에 있고, 성형시술을 했다는 등의 소문만 무성하다.

세월호 참사로 자녀를 잃은 유가족들은 말로 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오히려 갖은 음해와 질시에 시달리며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다.

먹고살기 바빠 정치에 무관심 했더니 세상이 이 지경이 됐다며 참사 이후 매일 아침 상인역에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일인시위를 하는 시민도 있다.

시민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갖은 꼼수를 동원해 방해하는 정부와 해수부의 작태는 마치 최소한의 양심마저 씨가 말라 버린 듯 뻔뻔하기 그지없다.

세월호참사는 박근혜정권의 잔혹함과 비열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정부는 그런 비극을 이용해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을 무마시키고 국민을 이간하며 많은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주었다. 광장으로 뛰쳐나온 수 백만의 촛불들은 그동안 참고 참았던 울분이 터진 것이다. 광장에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더 이상 국민들을 우롱하지 말라고 외치는 분노의 함성은 국가로 인해 입었던 깊은 트라우마를 치유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석연찮은 7시간의 행적이 여야의 진통 끝에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반영됐다.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방치 속에 끔찍하게 생명을 잃은 세월호 원혼들에 대해, 그리고 광장에서 부당한 권력의 퇴진을 외치며 보이지 않는 내상을 스스로 치유해 가는 국민들에게 탄핵소추안 인용으로 화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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