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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콘도르의 생명은 자존심이다 - 우리는 어떻게 삶을 구하고 있는가

기사전송 2016-12-28, 21: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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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이제 정말 다사다난했던 2016년도 불과 이틀 여를 남짓 남겨두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흘러갑니다. 곧 새해가 밝아지고 새날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전날과 똑같이 밝아지고 똑같이 어두워집니다. 떠오르는 태양 또한 같은 태양이고 달 또한 어제 돌아 나온 그 달입니다.

태극론(太極論)에서는 양(陽)이 한없이 커지면 음(陰)이 되고, 음 또한 한 없이 커지면 양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끝인가 하면 또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매순간 서로 어울려 하나의 태극을 이루며 순환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가 새날을 밝히는 태양을 다르게 보는 것은 그것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마음이 새롭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우리들의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남아메리카 높은 산지에 콘도르(Condor)라는 큰 독수리가 살고 있습니다. 날개를 한 번 펴면 그 그림자로 웬만한 봉우리는 모두 덮을 정도로 큰 새입니다. 날개 사이에서 일어나는 바람소리는 깊은 계곡 밑바닥까지 울리는데 한 번 날아오르면 아무리 거센 바람이 몰아쳐도 수 천 여 미터의 높은 산 한 바퀴를 기어이 돌아보고 깃을 내린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먹이를 찾기 위해서만 산을 돌아내리는 것이 아니고, 그 거대한 산을 자신의 품으로 느끼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결코 경거망동하지 않습니다. 꿈틀거리는 산맥을 그저 말없이 어루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먹이도 천여 미터의 높은 하늘에서 골짜기를 한눈에 꿰어보고 정확히 내리꽂혀서 단숨에 낚아챕니다. 콘도르가 찾는 먹이는 작은 생쥐가 아닙니다. 그의 체구와 입의 크기에 걸맞은 음전한 먹이라야 비로소 내리꽂힙니다. 작은 것은 작은 입을 가진 것에게 양보하고 자기 입 크기에 맞는 먹이만 고르는 것입니다.

깊은 산을 타고 올라오는 바람의 흐름에 맞추어 유유히 활공을 하다가도 그 무거운 몸체로 정지비행까지 하며 먹어야 할 것과 먹지 않아야 할 것을 매섭게 구분한다고 합니다.

그의 분명한 사리(事理) 분별과 높은 자존심은 당연히 원주민들로부터 경외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입니다.

페루의 나스카 사막에는 하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아야 비로소 구분이 되는 거대한 새 그림이 있습니다. 바로 콘도르입니다. 몸통 길이가 18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그림입니다.

고대 이곳 사람들은 왜 이 사막에 이처럼 큰 새를 그렸을까요?

그만큼 이 새가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콘도르라는 이름에는 ‘어떠한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라는 뜻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높은 산에서 한없는 자유를 누리면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새 콘도르,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존경받는 영웅만이 죽어서 콘도르로 환생한다고 여겼습니다. 척박한 사막에서 거칠게 살아가지만 내세에서는 한없는 자유를 누리며 거대한 산을 품고 살아가고자 하는 열망이 이 그림 속에 담겨있는 것은 아닐는지요?

콘도르에 대한 경외감은 콘도르의 뼈로 만든다는 악기 ‘산포니아’로 이어집니다. 수명이 다하여 장엄한 죽음을 맞이한 콘도르의 뼈를 거두어 갈고 다듬어 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로 삼았던 것입니다. 바람소리가 들어있는 신비한 음색, 그리하여 어떠한 인간의 소리도 가미하지 않고 오직 뼈에서 나오는 오묘한 소리에만 몰입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신과 교감하는 행위로, 그 순간이 바로 법열(法悅)의 순간이 아닐는지요.

한없이 높은 곳에서 영혼을 울리는 새, 콘도르! 이에 비해 우리의 삶은 어떠 할지요?

그저 현실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한 치 앞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요. 그저 ‘나에게 득(得)이 되나, 해(害)가 되나’로만 된 지극히 세속적인 기준에만 눈멀어 있는 것은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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