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던 상서로운 닭울음소리 - 경건한 시작을 위하여
기다렸던 상서로운 닭울음소리 - 경건한 시작을 위하여
  • 승인 2017.01.0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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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은 예부터 상서로운 새
지혜 등 다섯 가지 덕 지녀
힘찬 울음소리는 개벽 의미
지난해 겪었던 고통들 잊고
정유년 맞아 새 희망 찾아야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마침내 2017년 정유년(丁酉年)이 밝았습니다.

다가오는 음력 1월 1일 설날이 되어야 참다운 닭의 해가 되겠지만 지금 이렇게 먼저 닭 울음소리를 기리는 것은 그만큼 지난 한해가 우리 사회가 겪은 고통이 컸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예부터 새벽을 알리는 닭을 상서로운 새로 여겼습니다. 건국신화에서는 물론 위대한 지도자가 탄생할 때에는 으레 닭 울음소리가 등장하였습니다.

중국의 고문헌에는 아주 큰 닭을 가리켜 ‘촉(蜀)’이라 하였는데, 蜀의 고음(古音)이 ‘독’이었으므로 ‘닭’의 오랜 어형(語形)을 ‘독’으로 본다고도 합니다.

닭의 어원에 대한 이 몇 가지 설명에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닭이 새 중에서 으뜸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상서로운 새로 많이 거론되는 주작(朱雀)이니 봉황(鳳凰) 같은 새는 하나 같이 전설 속에 나오는 새인데 비해, 닭은 우리와 아주 밀접한 생활 속의 새입니다.

예부터 닭은 다섯 가지 덕(德)을 지녔다고 하였습니다. 우선 닭의 벼슬(冠)은 지혜로운 문(文)을, 발톱은 굳센 무(武)를 나타냅니다.

적을 앞에 두고 용감히 싸우는 것은 용(勇)이며, 먹이를 보고 꾹꾹거려 무리를 부르는 것은 인(仁)이며, 때에 맞춰 울어서 새벽을 알리는 것은 신(信)으로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세화(歲畵)로 닭을 많이 그리지 않았을까 합니다.

세화는 다가오는 그 해를 기뻐하고 혹시 닥칠지 모르는 재앙을 미리 막기 위해 그려집니다. 따라서 연하장과 부적(符籍)의 용도를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세화를 연하장과 같은 의미로 여겨 돌리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세화에 주로 등장하는 동물은 호랑이, 해태, 개, 닭 등이었습니다.

호랑이 그림은 집으로 들어오는 대문(大門)에 붙였습니다.

이 대문 안으로는 잡귀가 얼씬거리지 말라는 경고였던 것입니다.

해태 그림은 부엌문에 붙여 놓았습니다. 부엌의 가장 큰 문제는 화재였기 때문에, 물에서 살아가는 전설 속의 동물 해태로 하여금 화재를 막게 하였던 것입니다.

개 그림은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의 문에다 붙였습니다.

창고에 도둑이 들면 얼른 큰 소리로 짖으라는 의미에서일 것입니다.

그런데 닭 그림은 일반적으로는 아이들 공부방에 많이 붙였다고 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아이들에게 닭을 지혜를 본받으라는 의미에서일 것입니다.

닭이 가진 문무겸전(文武兼全)을 본받아 이 사회에 쓸모 있는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 기원(祈願)을 담았던 것입니다.

또한 닭은 아침 일찍 울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도 담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밖에도 닭 울음소리는 많은 의미를 품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른 새벽에 닭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깊은 밤에 마을로 내려와 돌아다니던 요괴와 귀신들이 일제히 자취를 감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닭울음 속에는 새로운 하늘을 여는 개벽(開闢)의 의미도 담겨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질곡의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닭울음소리에서 찾아내었던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이처럼 우리 둘레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을 통해서 많은 배울 점을 찾았습니다.

이제 밝은 빛을 불러오는 전령사가 힘껏 날갯짓을 하는 새해가 밝았습니다.

우리는 이 상서로운 날갯짓과 울음소리에서 또 무엇을 찾아내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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