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방학이 시작됐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방학이 시작됐다
  • 승인 2017.01.0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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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됐다. 아이들의 방학은 엄마에게는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공포의 대상이다.

아침마다 늦게 일어나는 게으른 아이를 바라봐야 하는 고단함, 점심을 챙겨 먹여야 하는 피곤함, 다른 아이는 열심히 하고 있을 선행을 우리 아이만 안 하고 있는 듯한 두려움이 한꺼번에 몰려오기 때문이다. 방학이 막 시작된 연말이야 너그럽게 봐준다 하더라도 연초부터 집에서 뒹굴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노라면 자연스럽게 혈압이 상승한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를 일찍 깨워 아침부터 학원에 보낸다. 학원들은 방학 한두 달 전부터 플랜카드를 걸고 엄마의 마음을 공략해왔다. 그들은 9 TO 5, 또는 9 TO 9을 약속한다. 9시부터 5시까지, 또는 9시부터 9시까지 꼼짝 못하게 학원에 가둬놓고 빡시게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약속한다. 방학이야말로 그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이다.

엄마들에게는 이보다 더 달콤한 말이 없다. 하루 종일 점심까지 제공하며 아이들을 봐준다는데, 더군다나 하루 종일 공부를 시킨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방학에, 학기보다 더 많은 학업량을 감당하게 된다.

방학의 본질로 돌아가 보자. 방학은 한자로 방학(放學), 놓을 방(放)에 배울 학(學)을 쓴다. 학문을 내려놓는 시간이라는 말이다.

학기 중에 열심히 공부했으니 방학에는 배우는 것을 그만두고 놀라는 게 방학의 의미다. 방학은, 공부하느라 지쳤던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놀면서 활력을 충전해서 다음 학기에 다시 열심히 공부하라는 격려와 배려의 시간이다.

그래서 곤충채집 숙제가 있었던 거다. 숙제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풀밭에서 뛰어놀게 하려고. 방학은 ‘9 TO 9’ 으로 하루에 12시간씩 공부하는 시간이 아니다. 노는 시간이다.

나의 이런 주장에 어떤 엄마들은 ‘뭘 모르는 소리’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지금 때가 어떤 때인데 방학에 학업을 쉬고 놀라는 거냐?’고 혀를 차는 엄마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아이는 인공지능 알파고가 아니다. 기계가 아니라는 말이다.

아이들에게 “방학에 더 열심히 공부해야한다.”고 말하는 것은 직장인에게 “주중에 열심히 일했으니 주말에는 더 열심히 일해보자.”라는 말과 같은 말이다. 설날연휴를 내내 시댁에서 일하며 보낸 며느리에게 “연휴가 끝났으니 다시 시댁에 가자.”와 같이 가혹한 말이다. 인간은 그렇게 살 수 없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반드시 휴식이 필요하다. 아이는 더더욱 그렇다.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심리학에서 ‘resilience’로 불리는 회복탄력성은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튀어 오르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좌절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더 큰 도약의 기회로 삼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회복탄력성’ 때문이다. 아이 일상에 존재하는 작은 스트레스나, 가끔씩 발생하는 힘든 역경을 만났을 때 아이는 이 ‘회복탄력성’을 끌어올려 일상을 유지한다.

어려운 일이 생겨도 자신을 추스르는 긍정성과 자기조절력인 회복탄력성을 아이가 갖게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휴식의 시간’이다. 놀면서 자유롭게 사고하고 활동하는 시간이 있어야 스트레스를 극복할 힘을 비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방학에 하루 종일 학원에 가둬놓고 공부를 시키면 다음 학기에 앞서나갈 것 같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방학에 쉬지 못한 아이는 다음 학기에, 또는 그 다음 학기에 반드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학업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정서적 위축이 올 수도 있고, 반항하거나 우울감이 심해질 수도 있다. 이런 일은 생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일어나는 문제다.

방학에는 쉬게 하자. 방학은 목표를 이룰 시간이 아니라 공부를 내려놓는 시간이다. 방학에 공부를 내려놓고 푹 쉬어야 다음 학기에 다시 공부에 몰두할 힘을 낼 수 있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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