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시를 보신 분 계시나요 - 우리 곁을 떠난 새는 어디로
느시를 보신 분 계시나요 - 우리 곁을 떠난 새는 어디로
  • 승인 2017.01.18 13: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지난 2016년 12월 30일자 도하 언론에 “1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느시(조선일보 제14면)”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느시’는 학명이 Otis tarda Great Bustard인 새로서, 일반적으로는 Great Bustard로 불리는 만큼 그 이름에서부터 매우 큰 새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능에, 너화, 야안(野雁), 들칠면조 등 다양한 우리 말 이름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거에는 이 새가 우리나라에도 많이 왔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발길이 뚝 끊어져 2-3년에 걸쳐 한두 마리씩만 관찰되다가 지난 연말에 비로소 10여 년 만에 여주 들판으로 겨우 한 마리가 날아왔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이 새를 보기 힘들어진 만큼 우리나라는 1968년 느시를 천연기념물(제206호)로 지정하여 보호 중이라고 합니다.

느시는 몸의 길이가 수컷이 1m, 암컷이 80cm 가량인데 몸무게는 20킬로그램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1-2킬로그램 되는 오리 크기의 새들이 고급승용차에 해당한다면 이 새는 이름 그대로 에어버스에 비견될 정도인 것입니다.

느시는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 철새이지만 모로코,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부 유럽과 일부 북아프리카 지역, 지중해와 흑해 연안, 중앙아시아와 몽골 지역에서는 텃새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겨울철이 몹시 추운 지역일 경우에는 남쪽으로 이동하여 월동한다고 합니다.

현재 느시는 전 세계에 약 2만여 마리 밖에 남지 않아 1990년대 이후부터 IUCN(세계자연보호연맹)에서 멸종위기의 취약종(Vulnerable)으로 레드리스트(red list)에 올려놓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했던 이 새는 이제 어찌하여 잘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 가장 먼저 꼽아야 할 것은 6.25 전쟁이 아닐까 합니다. 전쟁 직후 이 새는 개체수가 급감하였다고 합니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환경은 이 새가 살아가기에 매우 힘든 환경이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사람들이 많이 사냥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담백한 맛을 지닌 이 새를 좋은 사냥감으로 여겼던 것입니다. 이 새는 알을 품는 기간이 다른 새들과 길어서 30여일에 이른다고 합니다.

잡기만 하고 부화할 틈을 주지 않으니 개체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전쟁 전후 먹을 것이 부족했던 우리도 그물을 비롯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많이 포획하였다고 합니다.

다음으로는 서식지가 단절되어 이동이 힘들게 되었다는 점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철새들은 중간 기착지가 있어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영양도 보충한 다음 이동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와 같이 전쟁으로 중간 기착지의 환경이 파괴되면 일본까지 날아가던 새는 중간에서 끊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로 오는 새도 마찬가지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원인은 농약의 과다 사용, 수질 오염 등으로 인한 먹이 부족을 들 수 있습니다. 오염된 먹이는 필연적으로 새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또한 산업시설의 증가도 중대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우리나라 농가의 경우 전봇대가 많이 세워짐으로 해서 덩지가 큰 느시들이 날아오르거나 내릴 때에 줄에 걸려 추락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들판이었던 곳에 갑자기 공장이 세워지고 검은 연기를 내뿜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대개의 순박한 새들은 지금 멸종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새들이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은 소설가 김엄지의 작품 <느시>에서도 은유하고 있듯이 우리의 생활환경 자체가 그만큼 사막화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이 새의 가치를 알아보고 꾸준히 복원 작업을 전개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환경이 다시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가서 이 들칠면조들이 들판을 평화롭게 꾸몄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새들에게는 조류독감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니까요.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