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보다는 새가 되고 싶어 - 자존감 높은 꿈은 아름답다
달팽이보다는 새가 되고 싶어 - 자존감 높은 꿈은 아름답다
  • 승인 2017.01.2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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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잉카인들은 ‘콘도르(condor)’라는 새로부터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라는 의미를 찾는다고 합니다. 그것은 콘도르가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데에서 얻은 영감일 것입니다.

그들은 몹시 척박한 곳이지만 그 실정에 맞는 삶을 개척해 왔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은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꿈을 꾸었을 것입니다.

동시에 그들은 전설이나 종교에서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콘도르를 귀중한 정신적 가치로 떠올렸습니다.

우선 페루 사막 위 나즈카 라인의 한 가운데에 120여 미터 크기의 거대한 콘도르 그림이 있습니다.

사막에 그려진 이 불가사의한 그림 중에서 콘도르가 한 가운데에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 원주민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콘도르에게 물을 가져달라는 기원을 담은 것이 아닐까 하는 해석을 내놓고 있는 학자가 있습니다.

그것은 이곳이 천 년이 다 되어가도록 비 한 방울 없으므로 그림으로나마 하늘에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이 콘도르 그림 가까이에 원숭이와 벌새 그림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그 옛날 아름다운 밀림이었을지 모른다는 가설을 내어놓고 있기도 합니다. 다시 비가 내리고 숲이 우거져 옛날 이곳에 있었던 원숭이와 벌새들이 돌아오라는 기원을 담은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만약 콘도르가 자유로이 날아서 물을 가져 온다면 이 사막은 그야말로 바로 낙원이 될 것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사람의 이름에도 ‘콘도르’를 넣었습니다.

세계적인 유명가수 사이먼과 가펑클이 노래한 ‘엘 콘도 파사(El Condor Pasa)’에도 ‘콘도르’라는 이름이 나오는데 이 음악은 1780년 스페인 통치하의 페루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농민운동의 중심인물인 호세 가브리엘 콘도르칸키의 이야기를 테마로 작사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 음악은 페루의 클래식 작곡가인 알로미아스 로블레스가 이곳 원주민 가락을 기본으로 하여, 1913년 오페레타 ‘콘도르칸키’의 테마음악으로 작곡하면서, 마추피추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잉카인들의 슬픔과 농민운동으로 죽음을 당하고 만 콘도르칸키의 처지를 빗대어 표현하였다는 것입니다.

콘도르칸키는 비록 죽음을 당하였지만 라틴 아메리카의 해방을 상징하는 이름으로서 커다란 역사적 의미를 가지며, 죽어서도 역시 콘도르가 되었다는 전설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로 보아 이곳 사람들이 콘도르에 부여하는 의미가 얼마나 큰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El Condor Pasa’는 흔히 ‘철새는 날아가고’로 알려져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럼에도 콘도르는 남아서’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달팽이가 되기보다는 참새가 되고 싶어요

맞아요, 정말 그렇게 되고 싶어요

못이 되기보다는 망치가 되고 싶어요

맞아요, 정말 그렇게 되고 싶어요

지금은 멀리 날아 가버린 한 마리 백조처럼

나도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어요

땅에 얽매여 있는 사람들은 세상을 향해

가장 슬픈 신음소리를 내지요

잔가지가 되기보다는 숲이 되고 싶어요

맞아요, 정말 그렇게 되고 싶어요

이 노래의 바탕에는 18세기부터 내려오는 페루 민속 음악인만큼 그곳 사람들의 정서가 온전하게 서려있습니다.

결국 이 노래를 통해 오랜 세월 쌓여진 사람들의 애환과 바램이 한 마리의 새에 투영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새는 예술적 표현 상징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그곳 새들을 어떻게 이해하는 지를 짐작하는 것 또한 그곳 사람들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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