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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닭들의 선택에 대해 - 우리는 또한 어떠한가

기사전송 2017-02-09, 21: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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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닭의 해 정유년 설날이 지났고, 또 입춘도 지났습니다.

이제 불어오는 바람도 그 느낌이 다릅니다. 아무리 얼굴을 차갑게 때린다 하더라도 그 속에는 이미 따스한 봄의 기운이 들어있습니다. 우리가 기다려 온 만큼 바람의 냄새와 맛이 다릅니다.

닭들은 또한 바람을 맞으며 무슨 생각을 할런지요.

새들은 주로 앞가슴으로 바람을 맞아들이고 있는 듯합니다.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도 앞가슴만은 열어놓고 있으니까요. 추위에 부리를 깃털에 비비고 다리를 한쪽 들어서 털 속에 감추어도 앞가슴만은 내어놓고 있습니다. 바람을 많이 맞이해야 하기 때문일까요. 앞가슴의 털은 다른 곳보다 훨씬 더 포근하고 촘촘합니다. 또한 앞가슴은 살이 뭉쳐 있지만 부드럽습니다.

닭들은 바람을 맞으며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요. 바람 속에서 먹잇감에 대한 동향을 파악하고, 마셔야 할 물의 위치를 짐작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자신과 새끼들을 해칠지도 모르는 사냥꾼의 투박한 입깁 냄새나, 자신의 영역을 위협하고 있는 다른 짐승의 움직임을 재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멀리 저 멀리 태초에 혹시 파충류에서 새가 되기 위해 꿈을 꾸었던 아득한 그때를 생각하고 있을 런지요. 한번 날아오르고자 수도 없이 언덕에서 뛰어내리던 먼 그 때를 떠올리고 있을 런지요. 그래서 닭의 발등과 다리에는 아직도 파충류 시절의 그 비늘이 그 흔적으로나마 남아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새들이 바람을 맞는다는 것은 곧 삶의 수단을 찾는 길이며 동시에 그들 나름의 삶에 대한 성찰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군요.

새들이 마침내 날아올랐을 때 그 기분은 어떠하였을까요? 터질 것만 같은 환희의 순간이었을까요, 아니면 곧 고공(高空)의 차가운 바람 때문에 깃을 내려야 할 곳을 찾아야만 하는 고통이 금방 교차하였을까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먹이가 훨씬 더 많이 보일 줄 알았는데 안개와 숲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사냥에 나섰다 하더라도 일이 십 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공률 때문에 수많은 낙담을 하였을까요. 그리하여 발톱과 부리를 더욱 날카롭게 키우며 거칠어져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깊은 회한에 빠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태어났을 때에 이미 날고 있었으므로 이러한 생각은 아예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한없이 느리게 진척되어 덧없이 여겨진 그 진화의 노정(路程)에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을까요.

지금 많은 새들은 날기를 포기하고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날기를 포기한 새들 가운데에서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새는 닭이 아닐까 합니다.

닭은 위험에 빠지면 나름대로 마당에서 담장 위로 날아오르기도 합니다. 저녁때가 되면 반드시 나무 위로 기어올라 잠을 청합니다. 시골에서 미처 닭장이 지어지지 않으면 마당가의 감나무에 올라가 잠을 청하는 닭을 여러 번 본 적이 있습니다. 나무에 오르고 내릴 때에는 반드시 날개를 사용합니다. 닭은 가장 최소한의 날기 기능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지금 닭들은 목숨을 담보로 하기는 하지만 사람과 아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닭이 먼저 사람에게 찾아왔을까요, 사람이 먼저 꾀었을까요.

지금 닭들은 자의건 타의건 간에 자신이 택한 삶의 방법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또한 선택의 결과로 여기까지 온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떠한 선택이 필요한 것일까요. 입춘 무렵 빗방울을 맞으며 강둑길을 걸은 적 있습니다. 앞만 보고 걷다가 빗방울 섞인 바람을 피해 고개를 돌리다 보니 멀리 뒤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 거기에는 금방 내가 걸어온 길이었지만 미처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자, 우리는 다시 일상의 선택 앞에 서있습니다. 우리 앞에는 언제나 선택의 기로가 놓여져 있습니다. 어느 길로 가든지 그 길이 거룩할지 아닐지는 온전히 우리의 태도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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