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먹이새의 선택- 아무리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꿀먹이새의 선택- 아무리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 승인 2017.02.1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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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2016년 9월 1일부터 시중에 통용되고 있는 호주 5달러 새 돈은 디자인과 재질면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위조를 막기 위한 최첨단의 기술과 아이디어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지폐 한 가운데에 투명창이 있어서 뒤에 있는 손가락이 비칠 정도입니다. 재질을 플라스틱으로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지폐는 물에도 젖지 않습니다.

종전 5달러 지폐에는 없던 호주의 국화인 황금빛 와틀(Wattle)꽃과 긴부리꿀먹이새(Eastern Spinebill) 그림이 새로 들어가 있는데, 특이한 것은 지폐를 좌우로 기울여보면 이 긴부리꿀먹이새가 색을 바꾸어가며 날아가는 애니메이션 이미지가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여러 겹의 인쇄 밑에 담겨진 동영상 이미지 비밀을 조작하지 못하고서는 위조할 수 없는 최첨단 기술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긴부리꿀먹이새입니다. 조류 보호단체인 <호주 버드라이프>의 댄 웰러는 신권에 그려진 긴부리꿀먹이새가 실제와 다른 색깔로 그려진 데가 몇 곳 있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그런데 필자에게 그보다 더 궁금한 것은 호주에서는 이 긴부리꿀먹이새가 어떠한 의미를 품고 있기에 새 지폐에 들어가게 되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 꿀먹이새는 사람들에게 벌이 있는 곳을 알려주고 꿀을 얻어먹으며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 꿀먹이새를 따라가면 거기에는 벌집이 있는데 단단히 밀봉되어 있어서 새의 부리로는 도저히 뚫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벌집 아래에 그릇을 받치고 벌집을 깨뜨리게 되는데 꿀먹이새는 이때를 기다려 배를 채운다고 합니다.

또한 이 꿀먹이새는 뻐꾸기처럼 남의 둥지에 알을 밀어 넣는 이른바 탁란 습성이 있습니다.

꿀먹이새는 주로 흰목벌잡이새의 둥지에 탁란을 하는데, 흰목벌잡이새는 벌을 잡아 나무껍질에 문질러 독침을 빼어내고는 삼키는 습성을 가진 새입니다. 그러니 꿀먹이새와 벌잡이새는 매우 기막힌 삼각관계에 있습니다.

꿀먹이새의 알은 벌잡이새의 알보다 약간 커서 주인의 알보다 더 먼저 깨어납니다. 그리고는 주인의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어버립니다. 또 미처 밀어내지 못하여 주인의 알이 깨어난다 하더라도 꿀먹이새 새끼의 부리에 달려있는 긴 갈고리로 주인의 새끼를 찔러죽이고 기어이 먹이를 독차지 한다고 합니다.

더구나 갈고리는 그 용도를 다하게 되면 저절로 퇴화하여 사라지고 만다고 하니 참으로 신비로운 조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 어린 꿀먹이새 새끼의 부리에 이처럼 무시무시한 갈고리를 돋아나게 한 것일까요?

다시 한 번 이처럼 잔인한 습성을 가진 새가 어찌하여 호주의 새 지폐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못내 궁금해집니다.

지폐에는 대개 어떤 공적을 기려 오래 가슴에 새기고자 하는 인물이나 오래 간직해야 할 가치 높은 문화재 등이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라고 볼 때에, 호주 사람들은 이 새에게 어떠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점이 궁금해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호주의 화폐 도안을 조사해 보았더니 바늘두더쥐, 금조(琴鳥), 오리너구리, 에뮤(Emu), 캥거루, 풀나무(green tree), 깃고리유대하늘다람쥐, 목도리도마뱀 등 많은 동식물들이 등장하였습니다. 아마도 그곳 특산종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멀리 바다 한복판에 있어서 비교적 독립된 종이 많은 바 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 탁란과 더불어 잔인한 행동을 하는 꿀잡이새의 비행을 본받지 말자는 교훈을 새기고자 도안에 넣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스쳐갑니다.

어쨌거나 이 새를 통해 우리는 둘레의 사물에서 살필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소홀히 하지 말고 잘 챙겨야 하겠다는 교훈을 얻게 됩니다. 다음에 호주에 가게 되면 그곳 사람들은 이 꿀먹이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꼭 한번 물어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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