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국노인가
나는 매국노인가
  • 승인 2017.03.0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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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미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최근 ‘누가 매국노인가’라는 한 기자의 글을 읽고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그의 글에 의하면 망해가는 나라를 흥정한 이완용은 작은 매국노일 뿐이고 주류 매국노는 대원군과 고종 임금, 명성황후 등 조선의 실권자들이다. 옳은 말이다.

기자는 또한 우리가 ‘동해’라는 이름을 잃어버린 가장 큰 원인이 그 바다를 ‘동해’라고 부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이유가 우리나라 동쪽에 있으니 ‘동해’라는 생각, 내가 최고라는 사고가 한국인의 의식을 지배하며, 이런 사고방식이 ‘동해’를 잃게 했다는 것이다. 기자의 주장처럼 한국인이 과연 내가 최고라는 사고를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우리나라 동쪽에 있는 바다이니 우리 입장에서 동해라고 지칭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남의 나라 바다를 자기네 바다처럼 ‘일본해’라 이름 짓고 막강한 자금과 홍보력을 동원해 세계지도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일본이 더 지탄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정작 필자를 정말 불편하게 했던 것은 그 다음부터 이어지는 주장이었다. 기자의 글을 구체적으로 인용해 보자.

“사드 배치 반대, 한·일 위안부 합의 및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애국자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국제 정세에 무지하거나, 국민의 분노에 기대 환심을 얻으려는 모리배에 불과하다. 그도 아니면 세월의 선처를 기대하며 시간만 보내자는 사람이다.”

기자는 사드나 한·일 위안부 합의 및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국제정세를 모르는 무지한 모리배로 단정했다. 더 나아가 일본이 ‘전범국가’에서 미국과 ‘군사적 파트너’가 되고 자위대 무장을 단행한 것도 우리가 과거사에 발목을 잡혀 있어서라고 주장한다. 일본과의 경쟁에서 한국의 제조업, 특히 조선 산업, 자동차산업이 치명타를 입은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자는 “‘과거사’ 말고는 보이는 게 없으니 일본과 외교 협상이라면 일단 ‘굴욕’, ‘친일’로 규정해버린다. 그래놓고 자신은 애국자라고 생각한다.”라는 극언도 서슴지 않는다.

과연, 과연 그럴까? 나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했다. 지금도 반대한다. 나는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를 찬성했다. 지금도 찬성한다. 그것은 내가 애국자여서가 아니다. 필자는 스스로를 애국자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필자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고 한·일 위안부 합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를 찬성하는 이유는 너무나 명백하다.

사드의 배치가 한반도의 긴장만 초래할 것이라는 것, 미국의 이익을 위해 중국을 자극해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국익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 올 것이라는 것, 무엇보다 사드배치지역 지역민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를 주민과 어떤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그것도 밀실에서 결정해 버렸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도 마찬가지다. 우리 세대는 국정교과서에서 일본제국주의의 위안부에 대한 만행을 공식적 역사에서 배우지 못했다. 졸속적으로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가 있던 날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해오던 정부부처의 담당자조차 언론보도를 보고 합의사실을 알았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이것이 정상적인 국가에서 이뤄질 수 있는 일인가.

아베가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 앞에 진정어린 사죄를 한번이라도 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이스라엘은 자민족을 학살한 나치부역자들을 공소시효 없이 잡아들여 재판에 회부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도 그것이 진정 국가를 위한 일이라면 왜 공개적으로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지 않고 밀실에서 야합하듯이 해치워 버리는가. 기자는 현 정부가 국민의 안위와 국익을 위해 미국, 일본, 중국을 대상으로 어떤 협상과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을 모리배로, 매국노로 규정한다.

한 블로거의 일성처럼 이 시대의 진정한 매국노란 민주적 공동체를 파괴하는 사상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필자는 기자가 진정 두려운 것이 무엇인가 묻고 싶다. 그리고 내가 모리배로 몰린 것에 대해 사과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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