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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선배 vs 꼰대

기사전송 2017-03-08, 21: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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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 디자인연구소장
오늘은 부끄럽지만 고백을 좀 해볼까 한다. 고해성사 같은 나의 고백.

필자는 앞에서는 사람이다. 그곳은 대학교 교단이기도 하고, 병무청 사회복무 요원들 앞이기도 하고, 초·중·고등학교 학부모 앞이기도 하다. 그리고 기업이나 모임장소에 특강으로 사람들 앞에 서서 지식과 정보를 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필자는 본인을 감히 선생이라 표현하고 살고 있었다. 대학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들에게 인생의 선배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본인 스스로를 의미 있는 삶을 살며 나름 멋지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지내왔었다.

그런데 얼마 전 7분가량 되는 짧은 다큐를 하나 우연히 보게 되었다. 다큐의 주제는 선배와 꼰대에 대한 이야기였다. 다큐를 다 보고난 후 나의 마음에는 부끄러움이라는 생각이 자라기 시작했다. 지금껏 본인을 평가할 때 젊은 세대에게 좋은 인생의 선배, 젊은 청춘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름 자부심도 있었고 청춘들의 좋은 멘토라는 생각도 해오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 나와는 전혀 맞지 않은 단어쯤으로 생각했던 ‘꼰대’라는 단어가 나를 혼란에 빠트렸다. 다큐를 보고 난 뒤 혼란스러웠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선배입니까, 꼰대입니까”이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어떻게 말을 할까. 자신이 없었다. 혹시 내 바람(선배, 선생)과는 달리 그들은 나를 꼰대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심히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럼 ‘꼰대’가 뭘까? 꼰대는 사전적으로 찾아보면 “기성세대나 선생을 뜻하는 은어”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교과서라는 생각으로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을 말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일, 선생이 학생들과의 교류 없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주입시키는 일,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문화와 생각을 무시하며 기성세대의 것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들을 말한다. 순간 부끄러워진다. 지나온 나의 순간들이 스쳐간다. 열변을 토하며 젊은 세대들에게 잔소리처럼 ‘주절주절’ 늘어놓았던 수많은 이야기들. 내 딴에는 내가 하는 말이 교훈과 삶의 지혜라는 생각으로 피곤한지도 모르고 떠들고 있던 나의 모습. 혹시 그것이 꼰대질은 아니었을까. 순간 얼굴이 화끈거린다.

앞에서면 잘 들으려 하지 않는 친구들이 심기를 건드렸다. ‘이렇게 좋은 말을 하는데 안 듣는단 말이지?’그래서 딴 짓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 화부터 올라와서 ‘울그락 불그락’ 하던 내 모습이 자꾸 생각이 난다. ‘그렇게 살아봐라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그렇게 사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네 삶은 불 보듯 뻔하다’요 딴 생각을 속에 품고는 걱정을 포장한 저주를 퍼 분 적도 있는 듯하다. 부끄럽다. 듣고 싶지도 않은 사람에게 공감은 없고 방향만 제시하며 “왜 너희는 이렇게 못하니”라며 내 생각에는 멋있다고 했던 말들, 피와 살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하루 몇 시간씩 했던 말들, 그 후 집으로 돌아오며 지치고 힘이 들 때마다 내 자신에게 ‘이것이 교육의 길이야. 언젠가는 다 알게 될 거야.’라고 나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합리화 해오고 있었던 것 같다. 내 모습이 지금껏 꼰대였구나 싶다.

얼마 전 새 학기가 시작되며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약속을 하나 했다. 이제부터 꼰대짓을 하지 않겠다고. 그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선전포고를 했다.

나의 자리에 앉아서 “이곳이 좋은 곳이니 이곳으로 오라”라고 하지 않겠다. 그들의 자리로 기꺼이 내려가서 그들의 옆자리에 앉아보리라. 그리고 그들과 친구가 되고 그들이 나를 믿고 자신의 마음을 나눌 수 있을 때 쯤 조심스레 이야기 해보리라. “저기 제법 괜찮은 곳이 있는데 구경 한번 가볼래. 가보고 싫으면 돌아와도 돼”라고 말이다.

우리는 모두 자기중심적이어서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내가 보는 건 ‘그 사람’이지만 그가 보는 건 ‘나’라는 사실도 상기해야겠다. 내가 보지 못하는 세상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이제 그들의 ‘앞’에 앉지 말고 그들의 ‘옆’에 앉아야겠다. 마주 앉은 상태로는 평생 다른 걸 볼 수밖에 없다. 그래, 옆에 앉자. 그게 선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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