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또 다른 눈
내 안에 또 다른 눈
  • 승인 2017.03.1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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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 디자인연구소장
누가 봐도 멋있는 젊은 청년이 있었다. 그는 키도 크고 이목구비도 뚜렷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멋있다고 칭찬해 주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그래서 자신의 얼굴을 싫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기야 그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조차 싫어하게 되고 결국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외모 콤플렉스가 점점 심해져 우울증으로 지금은 병원의 도움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그를 힘들게 한 것은 자기 안에서 자기를 보는 ‘또 다른 눈‘이었다. 그래서 ’타인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가?‘ 보다 ’자기가 자기를 어떻게 보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

본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모든 말들 속에 본다는 말이 포함된다. 맛을 본다. 그려 본다. 웃어 본다. 먹어본다. 불러본다. 가본다. 와본다. 해 본다. 만져 본다. 온통 본다는 말들이다. 본다는 말이 많이 쓰여 지는 이유가 그만큼 본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 선조들의 말에 의하면 “사람의 몸이 1000냥이면 눈이 900냥이다.”고 했다. 그 만큼 눈이 소중하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선조들은 삶의 경험을 통해 아셨을 것이다.

본다는 말에는 ‘좋아 보이는 것’과 ‘좋은 것’이 있다. 먼저 ’좋아 보이는 것‘은 중심이 타인에게 맞춰진 것이어서 실제 자신이 어떠한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에 대한 고민이 전부다. 그래서 모든 관심은 빈껍데기(외모)에 있다.

반면 ’좋은 것‘이란 중심이 자신에게 맞춰져 있다. 어떻게 보일까 하는 건 후순위(後順位)다.

그에게 가장 우선되는 것은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보다는 실제로 ‘어떤 사람이 될까’에 대한 고민이 크다.

필자도 마찬가지 외모에 상당히 불만이 많았던 적이 있다. 사춘기 시절에는 물론이거니와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로 타인에게 비치는 나의 모습에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살았음을 고백한다. 그러면 지금은 전혀 의식하지 않느냐고 묻겠지. 그래,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여전히 타인을 의식하고 산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덜 의식하고 나의 외모에 어느 정도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소심하게 얘기할 수는 있을 정도까지는 되었다.

좋은 것은 대부분 숨어 있다고 한다. 사랑이 그렇고 믿음이 그렇다. 그것은 깊이 보아야 하고, 오래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나태주님의 풀꽃이란 시(詩)를 잠깐 소개하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필자는 이 시를 참 좋아한다. 짧아서 외우기 쉬운 이유도 있지만 짧은 글로 어쩜 저렇게 멋지게 표현 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감탄한다. 모든 것은 대충 보면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한다. 뭐든지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진짜 제대로 알 수 있는 것 같다. 사람, 오래 볼 일이다.

하지만 내 안에 또 다른 눈은 남에게 보이지 않는 것, 숨어 있는 것, 내 안의 것들을 너무 잘 보고 지켜보는 것도 오랜 시간을 지켜본다. 그래서 내안의 또 다른 눈을 잘 관리해야한다. 꽃이 아름답다는 것은 그 외관, 형체에 있지 않다. 어떻게 보면 꽃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그 사람의 예쁜 눈, 즉 그 사람의 예쁜 마음이 꽃을 예쁘다고 하는 것이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이 무엇이겠는가? 아무리 타인의 눈에는 별로인 외모를 가진 사람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멋지게 보이고, 아름답게 보인다는 말이다.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정봉이(배우 안재홍)를 보고 한 눈에 반해 버린 장만옥(배우 이민지)을 보라. 타인의 눈에는 정봉이란 인물이 정말 매력이 없는 평범한, 아니 어떻게 보면 여자들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없는 외모의 캐릭터로 극중에 등장한다. 정봉이를 보고 한 눈에 반해 버린 장만옥을 성덕선(걸스데이 가수 혜리)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유가 바깥의 눈이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는 눈이 세상을 보는 이유이다. 누가 뭐라 하든 장만옥의 눈에 정봉이는 장국영(중국 영화배우)보다 더 멋진 남자인데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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