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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고 한다

기사전송 2017-04-12, 21: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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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前 중리초등학교 교장
초임교사 시절 교무부장은 나를 ‘박공’이라 불렀다. 6학년 학반 아이들이 “왜 선생님을 교무선생님이 ‘박공’이라고 불러요?”하고 물었다.

“아, 그건 김유신 공 김춘추 공처럼…. 나를 높여 ‘공(公)’으로 불러주는 거란다.”하고 그냥 얼버무렸다. 사실 마음에는 켕기는 부분이 있었다.

내가 출장을 갔던 어느 날, 교무부장이 보결수업을 들어왔었다. 학반 아이들은 또 “교무선생님, 우리 담임선생님을 왜 ‘박공’이라 불러요?”하고 물었단다. 교무부장은 “응, 공은 공격할 공(攻)이란다. 너희 선생님은 웃어른들의 말씀에 항상 대꾸를 잘한단다. 그래서 공격(攻擊)을 잘 하기 때문에 ‘박공’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지.”하고 설명을 하였던 모양이다.

다음 날 학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박공’에 대한 교무부장의 이야기를 알려주었다. 아이들에게 쌓았던 신뢰를 잃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저 무안했다.

그 당시 학교는 매일 교직원 조·종회가 있었다. 교사도 여러 가지를 전달하였고 부장마다 강조사항이 있었다. 교감의 복무관련 지시사항이 끝나면 학교장의 훈시가 시작되었다. 경영록에는 전달·지시 사항이 빼곡히 적혔다. 아이들에게 전달한 부분은 체크(√) 표시를 하라고 하였다. 왠지 젊은 혈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일일이 대꾸하고 ‘~안됩니다.’하고 반론을 펼쳤다. 그저 자만심과 우쭐대고픈 기분에서 공격(?)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냥 부끄럽고 창피하다. 자괴감이 들어 가슴이 화끈거린다.

공자는 ‘과이불개(過而不改) 시위과의(是謂過矣)’라 하였다.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고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이 ‘잘못’의 정의일 듯하다.

‘잘못’은 잘하지 못한 것, 옳지 못하게 한 일, 그릇되게 한 일, 부당하게 한 일, 타인과 다툰 일 등의 의미를 가진다.

또 공자가 말하기를 ‘현명한 사람은 언행이 무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엄이 없다. 위엄이 없으면 비록 배웠다고 해도 뜻을 이루기 어렵다. 그러므로 성실과 진심을 신조로 삼아야 한다. 또한 벗과는 신의가 있어야 한다. 특히 사람은 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서슴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다.

사람이 때로 과실이 있을 수 있다. 잘못이 있으면 즉시 꺼리지 말고 고치라는 고사 성어가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이다.

옥편에서 ‘탄(憚)’은 ‘마음에 꺼림하게 여기다. 두려워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탄개(憚改)’는 고치는 것을 꺼리는 것이다. ‘물탄개(勿憚改)’는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마라는 뜻이다. ‘과(過)’를 ‘잘못’이라고 정의한다면, 잘못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즉시 고치는 것이 마땅하다.

제자 자하도 ‘덕이 없는 사람은 잘못을 저질러 놓고 그것을 바르게 고칠 생각은 않고 그저 변명하고 꾸며서 둘러대고 얼버무리려고 한다.’고 했다.

자공은 ‘현명한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해와 달이 갉아 먹히는 일식이나 월식과 같은 것이다. 잘못을 범하였을 때는 모든 사람들의 눈에 뜨이고, 그것을 고치면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본다.’고 하였다.

박공으로 불리던 나를 선배 교사들은 무던히도 아끼고 사랑했다. 쉬는 틈이 생기면 탁구를 함께 쳐 주었고, 숙직 날 저녁이면 함께 모여서 명심보감, 소학, 사서삼경, 성경, 불경 등의 고전 읽기를 하고 토론을 하였다. 그 때는 초등학교에서도 고전읽기를 강조하고 전국단위까지 경시대회가 열리던 시기였다.

그리고 바둑, 사진 찍기, 낚시, 등산 등의 취미 생활을 도와주었다. ‘칠령회’에 가입하여 문학 활동도 하였다. 시골학교의 가족 같은 단란한 분위기에 금방 익숙해졌다. 기뻤던 일은 나를 이끌어주던 교무부장이 교감시험에 합격한 것이었다. 고시교감의 제도가 몇 년간 지속되던 옛날이야기이다. 논어 선진에는 공자가 제자 열 명을 일일이 거명하는 대목이 있다. ‘덕행엔 안연, 민자건, 염백우, 중궁이요. 언어엔 재아, 자공이요. 정사엔 염유, 계로요. 문학엔 자유, 자하니라.’하였다.

제자가 있는가? 머릿속이 휑뎅그렁하다. 부끄럽지만 이것을 ‘잘못’이라고 말하자. 세불아연(歲不我延)이라. 세월은 나를 위해서 더디 가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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