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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나쁜 부모의 조건

기사전송 2017-04-20, 21: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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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저자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셔서 벚꽃 잎이 날리는 풍경을 병원 창밖으로 바라보며 봄을 맞았다. 아버지가 입원하신 곳 옆 건물은 소아암 병동이었는데 소아암 병동 앞에는 햇살이 좋은 날이면 휠체어에 앉은 아이들이 나와 볕을 쬐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 옆에는 엄마들이 아이 손을 꼭 잡고 저 꽃은 어떤 꽃인지, 봄볕과 봄바람이 얼마나 예쁜지 얘기해주고 있었다. 분명 다정한 모습인데 아이들 몸에 연결된 호스들과 주렁주렁 매달린 약병들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움에 가슴이 아팠다.

병원을 오갈 때마다 마주쳤던 그 모습을 보며 생각한 건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에 감사하지 않고 아이에게 공부 못한다고 야단치고 아이의 사소한 잘못을 윽박지르는 엄마는 다 잡아다가 벌을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는 부모는 좋은 부모가 아니다. 아이가 내게 와 준 것이 감사하고, 내가 이 아이 때문에 부모라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고, 비록 속을 썩일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웃음과 사랑을 주는 것에 감사하지 못하는 부모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세상은 감사함을 잃어버린 부모들로 넘쳐난다. 아이에 대한 감사를 잃어버린 이 땅의 수많은 부모들 때문에 몸이 건강한 아이들도 점점 아파간다.

아이들을 아프게 만드는 하루는 대부분 이런 풍경이다.

아이가 아침에 눈을 뜨면 엄마한테 야단을 맞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왜 빨리 안 일어나! 빨리 씻지 못해! 책가방 챙겨야지! 학교 안 갈 거야?”

아침에 엄마로부터 야단을 맞고 난 아이는 학교에 가서 공부시간 내내 선생님한테 야단을 맞는다. “똑바로 앉아! 그만 떠들어! 문제 안 풀어?” 예전처럼 한 반에 60명이 넘었던 교실에서는 딴 짓을 해도 대충 넘어갈 수 있었지만 한 반에 20명 내외가 된 지금은 사소한 잘못을 저질러도 선생님한테 바로 걸려 지적을 받는다.

아이가 수업을 모두 마치고 교문을 빠져나오면 수학학원 가서 수학 선생님한테 야단맞고, 영어 학원가서 영어선생님한테 혼나고, 논술 학원가서 논술선생님한테 손바닥 맞고, 태권도 사범님한테 기합 받고 지칠 대로 지쳐서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서는 좀 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웬걸, 집에는 학습지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다. 학습지 선생님은 밖에 엄마가 있기 때문에 조용히 야단친다. “너, 공부 안하면 엄마한테 이른다.”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는 힘든 하루를 겨우 마치고 나면 엄마의 고함과 잔소리가 남아있다. “빨리 씻지 못해? 학원 숙제 안 하고 뭐하는 거야!”

하루 종일 야단을 맞으며 상처받고 위축된 아이는 마음속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다시 아침을 맞는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밝게 자라야할 아이들이 매일 이런 생활을 하기 때문에 지금의 아이들은 많이 아프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켜 ‘주의관심아동’으로 분류되는 아이들이 매년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이유는, 아이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고 단지 윽박지르고 다그치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가득한 곳에서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쁜 부모의 조건은 명백하다. 아이가 처한 어려움에 공감하지 못하는 부모가 나쁜 부모다. 아이가 힘들다고 울면 “지금 너처럼 안하는 아이가 어디 있어!”라고 야단치는 부모. 아이가 학원가기 싫다고 하면 “그럼 대학은 안 갈 거야?”라고 협박하는 부모. 아이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하는 여러 행동들(짜증내기, 툴툴거리기, 반항, 무기력, 게으름, 못들은 척 하기 등)을 모두 아이의 교정해주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네 잘못을 반드시 고치겠다.’고 각오하는 부모. 아이를 슬프게, 외롭게, 힘들게, 지치게 하는 모든 부모는 나쁜 부모다.

물론 나쁜 부모가 되는 것을 부모의 책임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불안정한 사회가 좋은 사람을 나쁜 부모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라면 마땅히, 별 탈 없이 잘 자라주고 있는 아이에게 감사해야 한다. 아이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것은 나쁜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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