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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달구벌아침

주적(主敵) 트렌드

기사전송 2017-04-25, 21: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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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대한민국의 젊은 청년들이 군에 입대하는 이유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다. 누구로부터 나라를 지키려는 것인지는 그들이 잘 알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려는 적들로부터’가 아닐까. 그런데 그 ‘적’이 누구냐를 놓고 벌어지는 요즘의 일들을 볼 때 만감이 교차한다.

어릴적부터 반공포스트 그리기를 비롯해 온갖 반공교육을 철저히 받으면서 자란 40대 후반에서 50대 이상의 세대들은 대개 ‘적’에 대한 개념이 명쾌하다. 지난 국방백서에 적혔었던 내용대로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우선적으로 대비하는 동시에 우리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잠재적 위협에도 대비한다’는 것이 우리의 국방목표라는 것에도 공감한다. 대규모 재래식 군사력,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개발과 증강, 천안함 공격, 연평도 포격과 같은 지속적인 무력도발 등을 통해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는 북한의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마음에 담고있다.

그러니 지금의 북한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적’이 누구인가를 놓고 세대간, 세력간 분분한 의견들이 가히 점입가경이다.

다음달 9일 치러질 조기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들을 불러놓고 진행해 온 몇차례의 지난 TV토론을 지켜보면 입이 딱 벌어질 때도 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지금까지의 TV토론은 미래에 대한 얘기보다 흑색선전을 통해 이념과 지역 간 갈등만 부추기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닐것이다. 국민들은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촛불로 증명했고, 그래서 지금 출마한 후보들은 필사적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통령’이 되려고 노력해야 할텐데도 각자 제 목소리와 이념에 힘을 주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 국가의 안보 같은 중요한 문제도 ‘타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 정도의 거리로 전락해 있는 모양새다. 누가 국가 안보를 위한 적임자인지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안보대책을 내놓고 불꽃같은 토론을 벌여야 할 의무가 있는 대선후보들이 정교한 대책은 결국 못내놓고 있다. 사실 사드 배치가 논란이 되는 것은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지도 않고, 합의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린 정부 정책’ 때문이 아닌가. 하긴 안보 이슈가 후보별 지지율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으니….

지난 23일의 TV토론 때 유승민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게 박지원 대표가 유세 당시 안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자신은 초대 평양 대사가 될 것이라고 한 말을 물고 늘어졌다. 안 후보는 그 말이 분위기를 띄우려 농삼아 한 얘기인데 논점을 바꾸며 괴롭히는 것 좀 그만하라고 하고, 유 후보는 그럼 북한과 정식 수교해 평양 대사를 보낸다는 것 아닌가며 상대를 힐난했다.

이 대목 직후부터 ‘주적’이란 표현들이 나온다. 심상정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게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면 남북정상회담이 되겠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안 후보는 북한은 우리의 적이자 평화통일의 대상이라고 답한다. 심 후보와 안 후보는 북한을 적으로 인정하지않는 후보는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는 언론보도 내용을 주거니받거니 한다. 그러다가 심 후보가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합참의장의 언어’라고 선을 긋는다. 주적 표현은 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라고도 했다. 그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적 논란이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말을 바꾸면 ‘요즘의 시대에 북한을 주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않다’는 정도가 되겠는데, 우리의 평화와 자유를 유린할 수 있는 ‘적’도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는 뜻인지 무슨 뜻인지를 쉽게 알 수가 없었다. 국가와 국민을 위험에 빠지게 하는 세력이 적이라는 사실이 시대에 따라 왔다갔다 할 수 있다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하긴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내부의 적도 분명 적이다. 하지만 대규모 재래식 군사력,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개발과 증강에 주력하며 지속적인 무력도발로 국가의 안보를 일관되게 위협하는 북한이 시대에 따라 적에서 아군으로 바뀐다는 말인가.

머리에 혼돈이 내려앉아 우당탕퉁탕 상식을 몽둥이질 한다.

6·25의 참상을 겪은 부모님과 시대를 건너오며 마음 속에 정석처럼 박혀있던 바둑의 룰 전체가 이지러진 거울의 뒤틀림처럼 지금의 시대를 투영하는 모습이 자꾸 오버랩이 된다.

대한민국은 휴전국가이고, 언제든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있다. 많은 군부대가 북한과의 경계에 모여있고, 많은 청년들이 주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입대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많은 이들은 주적이 ‘낡은 정치’라고 얘기한다. 우당탕퉁탕 소리에 정신을 못차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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